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고양이가 사람을 지키는 방법

by 야옹서가 2009. 3. 18.


값비싼 캣타워만 좋아할 것 같은 고양이에게도
의외로 '저렴한 취미'가 있습니다. 베란다에 대충 쌓아놓은

골판지 상자 위로 올라가 일광욕을 즐기는 일 역시, 스밀라가 즐겨하는 소일거리 중 하나입니다.

늘 실내에서만 생활하는 집고양이들이 비타민D를 만들어내려면 일광욕은 필수라고 하네요.  하지만

스밀라가 상자 위를 고수하는 건 단순히 일광욕만을 위해서는 아닌 듯합니다.


어느 날 스밀라가 보이지 않아 찾아보니, 베란다에 쌓아놓은 상자와 잡동사니 위에 올라가 있었습니다.


"이제 그만하고 들어와라" 말해도 꼼짝도 않습니다. 청가방은 이미 스밀라의 방석이 된지 오래... 
 

스밀라는 저기 앉아서 햇빛도 쬐고, 창밖을 지나가는 참새도 구경하고, 낮잠도 잡니다.

무엇보다 스밀라가 저 자리를 좋아하는 건, 높은 곳에 앉아 거실과 부엌까지도 내다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높은 곳에 올라 그윽한 눈으로 집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스밀라의 눈과 마주칠 때, 가끔 생각합니다. 

'이 조그마한 고양이는, 할 수 있는 한 힘껏 우리 가족을 지켜주고 있구나' 하고요.

어머니가 실직하고 받은 상처로 힘들어할 때, 스밀라는 말없이 다가와 뺨을 부비며 위로해주었습니다.

아버지는 이미 머리가 굵어 더이상 살갑지 않은 자식들 대신, 스밀라의 재롱을 보며 웃음을 찾았습니다.

저 역시 집에서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있을 스밀라를 생각하면, 집에 가는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사람을 지키는 건 덩치나 힘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걸 고양이에게서 배웁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