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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일본

일본 '카페 란포'의 안경고양이, 료스케

by 야옹서가 2009. 3. 26.

안경 쓴 고양이 료스케를 아시나요? 고양이 마을로 유명한 됴쿄의 야나카에서 ‘카페 란포’의 간판고양이 료스케를 만났습니다. 일본에서는 가게의 상징이 된 유명한 고양이를 가리켜 ‘간판고양이'라 부르더군요. 아마도 '간판스타' 같은 개념인 듯합니다.

15살 먹은 할아버지 고양이 료스케는 근엄한 얼굴로 기념사진을 찍어주었습니다. 나이 지긋한 주인장 할아버지와 함께 늙어가는 고양이의 모습을 보니, 부럽기 그지없습니다. 저도, 어디서 무슨 일을 하더라도 고양이와 함께 하는 삶을 살 수 있다면 좋겠다고 늘 생각하지만, 아마 그럴 수 있으려면 자영업을 해야겠지요.

 카페 주인장 할아버지는 일본 추리소설가 에도가와 란포의 열렬한 팬이어서, 찻집 이름도 아예 ‘란포’로 지었다고 합니다. 그런 까닭인지, 벽 곳곳에 란포와 관련된 포스터가 붙어 있습니다.


카페 란포의 간판고양이답게, 멋진 초상화도 걸려 있습니다.

료스케의 저 여유로운 자세를 보니 마음이 노골노골해져 버립니다.

카페 주인장이 좋아하는 작가 에도가와 란포는, 아마 추측하셨겠지만 에드거 앨런 포의 이름을 따서 지은 필명입니다. 단순추리소설이 아니라 기괴하고 환상적인 이야기를 덧붙여 독특한 소설세계를 구축해 인기를 누린 일본 추리소설 1세대입니다. 저는 소설보다 영화로 먼저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을 접했는데요, 몇 년 전 전주국제영화제 ‘불면의 밤’ 행사에  상영된 영화 ‘란포지옥’을 통해서였습니다. 3편 연속 심야상영의 마지막 편이라 거의 비몽사몽하면서 봤는데, 그래서 더욱 몽롱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한국에도 에도가와 란포의 번역서가 몇 권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고양이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카페 이름의 내력보다, 이곳을 오랫동안 지켜온 터줏대감 고양이 ‘료스케’에게 더 관심이 많습니다. 일본에도 고양이 카페는 많지만, 굳이 안경 쓴 료스케와 기념사진을 찍고 싶어서 일부러 찾아오는 료스케 팬들이 있습니다. 물론 료스케 혼자 안경을 쓰진 못하기 때문에, 사진을 찍을 때만 주인 할아버지가 손수 씌워주십니다.


제가 방문한 날도, 한 아가씨가 휴대폰으로 료스케의 사진을 찍고 있더군요. 아가씨의 입가에 맴도는 행복한 웃음을 보면서, 고양이를 좋아하는 마음은 세계 어디서든 사람을 하나로 이어주는 끈 같은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고양이와 책과 따뜻한 차 한 잔이 있는 곳이라면, 언제든 즐겁습니다. 특히 카페 란포의 주인장은 이국의 여행자인 저에게도 무척 친절하게 야나카 지도며 행사 정보를 꼼꼼하게 알려주셨습니다. 따로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밤에 열리는 골동시 전단지며 전통무용극 안내지까지 챙겨주시는 통에 야나카 지역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었어요. 덕분에 여행지에서 요긴한 정보도 얻고, 편안한 마음으로 쉬다 올 수 있었습니다. 혹시 일본에 갈 일이 있는 고양이 마니아라면, 야나카의 ‘카페 란포’에 한번 들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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