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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종각역-인사동을 왕복하는 익숙한 동선을 따라 무심코 오가던 길에서, 어린 삼색 길고양이를 발견한 것은 2002년 7월이었다.

그전에도 길에서 몇 차례 길고양이를 만난 적은 있지만, 친해지고 싶어서 손을 내밀면 녀석들은 잽싸게 내빼곤 했다.


그런데 종로의 한 빌딩가 화단 속  은신처에서 만난 삼색 고양이는, 사람을 슬금슬금 피하는 여느 길고양이와 달랐다.

검은 대리석 화단에 ‘식빵 자세’로 앉아 있다가 나를 보고 몸을 일으키더니, 화단 난간에 팔짱을 끼고 앉는 게 아닌가.

바에 와서 마실 것 한 잔 주문하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여유롭기까지 하다. 아직 채 한 살도 되지 않은 어린 고양이 같은데

대담하기 짝이 없었다. 이 정도면 내가 고양이를 구경하는 게 아니라, 고양이가 나를 구경하는 셈이다. 

 

호박색 눈을 말똥말똥 빛내며 나를 빤히 바라보던 녀석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토실한 앞발을 모으고 뭔가 뚫어져라 내려다본다.

그 시선을 따라가 보니 조그만 개미 한 마리가 기어가고 있다. 눈에 잘 띄지도 않는 개미를 용케 발견하고 호기심에 차서 바라보는

모습이 천생 고양이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화단 영역의 길고양이들도 여러 번 세대교체를 해왔지만, 이 녀석만큼 매력적인 길고양이를 만난 적은 없었다.

당당한 자태, 사심 없이 맑은 눈빛, 넉살 좋은 붙임성까지, 길고양이의 매력을 두루 지닌 녀석이었다. 다른 고양이는 고등어 고양이,

젖소 고양이 등 털 색깔로 구분해 불렀어도, 이 고양이만큼은 꼭 ‘행운의 삼색 고양이’라 불렀다. 길고양이 사진을 꾸준히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내게 불어넣어준 녀석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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