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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고양이 스밀라

카메라 가방에 들어가려는 고양이

by 야옹서가 2009. 9. 11.
"북북, 북북."

스밀라가 발톱을 세우고 가방 뜯는 소리가 난다.

가죽을 너덜너덜하게 잡아뜯어 망가뜨린 가방이 벌써 

서너 개는 넘는지라, 
"안돼!" 하면서 고개를 홱 돌렸는데

앉은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차마 혼낼 수 없었다.

카메라 가방에 몸을 절반쯤 얹고서 저러고 있다. 

안에 들어가고 싶은데 가방이 너무 작아서


걸치고만 있는 듯...

"응? 무슨 문제 있음?" 하는 얼굴. 초점이 안 맞아도 이 사진이 좋다. 오히려 더 눈빛이 촉촉해 보여서.

"에이, 내가 가방 뜯는 게 뭐 하루이틀 일도 아니고..."

"그럼 나는 잠깐 눈을 붙이겠음" 하는 자세로 동그랗게 몸을 말고 흰 식빵이 된다.

아프고 나서 어리광쟁이가 됐는지, 아침에 일어나 방문을 열면 거실에서 자고 있다가 큰 소리로 울며

뛰어내려오는 것도 애틋하고, 내가 집에 있을 때면 곁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하는 것도 영 마음이 쓰인다.

그래도 조금씩 활발해지는 스밀라의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된다.  새벽 4시에 문밖에서 우렁차게 우는 걸 보면 

이제 좀 살만한가 싶기도 하고.


인간 나이로 환산하면 스밀라의 나이와 내 나이가 엇비슷해질 때가 된 것 같다. 둘 다 아직 젊다고,

아플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람 일은 장담할 수 없는 거라, 최근 몇 달 사이 있었던 일처럼 갑작스레

몸져 눕거나 병을 얻기도 한다. 그러니 스밀라의 건강한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시간이 더 소중하다. 


많이 쓰다듬어주기, 못 알아듣는 것 같아도 다정하게 칭찬하기, 물개처럼 바닥에 납작 엎드려 서로 눈 맞추기-

스밀라와 살면서 매일 잊지 않고 챙겨야 할 일들이다.   

예전에 육아지에서 일할 때 '아기 한방 마사지'에 대한 기사를 쓴 적이 있는데, 엄마가 사랑을 담아 해주는

마사지는 치유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니 '엄마 손이 약손'이라는 옛말은  빈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등뼈와 갈비뼈 부분을 마사지해주면 고롱고롱하는 걸 봐서, 스밀라도 마사지를 받을 때 기분이 좋은 것 같다.

신장병엔 스트레스가 가장 큰 적이라니... 늘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신경써야지.

*12일(토) 오후 12시~6시, 제1회 '고양이의 날' 행사 마지막 날입니다.
  예쁜 길고양이 사진 받아가시고 길고양이의 친구가 되어주세요.
   http://catstory.kr/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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