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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길고양이 따라 가본 자동차 동굴

by 야옹서가 2009. 10. 27.

길고양이가 즐겨 찾는 자동차 동굴은 어떤 모습일까요? 오늘은 카메라를 들고 동굴 깊숙이 따라가 봅니다.

골목길에 주차된 자동차 아래, 노랑둥이 길고양이 한 마리가 식빵을 굽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을 것을 확신이라도 하는 것처럼, 여유로운 표정으로 주변을 관찰합니다.

"하아~좋구나" 한적한 자동차 동굴 아래 몸을 숨긴 고양이의 얼굴은 평화롭기만 합니다.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감도는 것처럼 살짝 입꼬리가 올라간 모습이 귀엽습니다.

"앗, 언제 여기까지 따라왔냐!" 깜짝 놀란 고양이의 눈동자가 휘둥그레 커집니다.

바쁜 걸음으로 지나가는 사람들과 달리 자동차 밑으로 기어들어온 낯선 인간이 당황스러웠나 봅니다.

고양이는 주춤주춤 몸을 움직여 조금 옆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평소 쓰던 D300은 무게와 크기의 압박 때문에 큰 맘 먹고 촬영가야 했는데,

서브카메라로 삼성 VLUU WB5000을 쓰기 시작하면서 골목 출사가 한결 편해졌습니다.

26mm 광각이 지원되니 고양이가 있는 풍경을 시원하게 잡을 수 있어서 좋아요.

고양이가 자동차 밑에 있는 모습은 몇 차례 찍었어도, 정작 자동차 바닥 위쪽을 올려다볼 생각은 못했는데, 


처음 들여다본 자동차 동굴의 모습은 황량합니다. 이런 곳을 지붕 삼아 몸을 숨기는 길고양이가 안쓰럽네요.

그런데 고양이는 제가 뒤에 따라붙은 걸 알고도 자리를 뜨지 못합니다. 

자동차 밑에서 나와 고양이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노란색 음식물 쓰레기 봉투였습니다.


오늘은 고양이를 만나게 될 거란 생각을 못하고 잠시 일을 보기 위해 나온 길이라  준비해온 게 없었습니다. 

우연히 만나 전해주는 약간의 고양이 밥이, 길고양이의 삶을 얼마나 나아지게 하겠나 싶지만

그래도
잠시의 허기는 면할 수 있을 것을... 아쉽고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맛있는 음식인 양 오래오래 바라보던 고양이의 얼굴이 떠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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