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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신비한 빛깔의 삼색털 길고양이

by 야옹서가 2010. 3. 8.

보통 삼색털 고양이는 흰색, 황토색, 고동색(혹은 검은색) 얼룩이 조화롭게 섞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 독특한 빛깔을 띤 삼색털 고양이를 만나기도 합니다.

화단 난간 뒤로 몸을 숨기고 있던 길고양이는 신비로운 빛깔의 삼색 고양이였습니다. 

은회색 털과 밀크티 빛깔의 얼룩이 흰 바탕에 점점이 섞여 있습니다. 

고양이는 보이는데 창살 너머로는 머리를 집어넣을 수 없어, 카메라만 쏙 들여보내서 찍었습니다.

등 뒤에는 친구 고양이가 가만히 식빵을 굽고 있습니다. 한적한 봄날 오후를 즐기는 모습입니다.

드디어 제 인기척을 느끼고 도끼눈을 뜨는 삼색털 고양이입니다. 한껏 세운 마징가 귀가 안테나를 대신합니다.

열심히 머리를 굴리는 것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좋은지, 눈치를 봐서 잽싸게 도망가야 할지...

삼색털 고양이는 잠시 몸을 움츠렸다가, 곧 식빵 자세를 접고 뭔가 물어보고 싶은 듯한 얼굴로 친구를 돌아봅니다.

젖소무늬 고양이는 말없이 그윽한 눈빛으로 화답합니다. 네 마음 내키는 대로 하라는 것입니다.
 

역시 낯선 사람의 등장이 불편했는지, 삼색털 고양이는 종종걸음으로 자리를 떠나버렸습니다.

젖소무늬 고양이만 남아 친구의 발걸음을 오래오래 지켜보고 있습니다.

털빛이 흐린 고양이를 보면 알고 지내던 길고양이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얼룩무늬의 배치는 다르지만 친구가

길에서 업어와 입양했던 고양이 고래도 생각나고, 노랑둥이 털옷에 우유를 입힌 것 같은 밀크티 얼굴도 떠오릅니다.

은신처에서 사라진 지 3개월, 이제 밀크티를 볼 수 있는 날은 더이상 오지 않을 것인가 봅니다.

정식으로 떠나보내는 인사도 하지 못했는데...우연히 마주친 털빛 흐린 삼색 고양이를 보고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날입니다. 멀어지는 친구를 지켜보는 젖소무늬 고양이가 된 것처럼 마음이 애잔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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