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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눈 온 날, 길고양이 마음은 소금밭이다

by 야옹서가 2010. 3. 10.

폭설 내리는 날이면 떠오르는 책이 있습니다. 《마음이 소금밭인데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 》

-지금은 절판된 문학평론가 이명원의 책입니다.

질 나쁜 소금을 입에 털어넣으면 입속을 가득 채우는, 텁텁하고 씁쓸하고 찝찌름한 맛.

마음이 그런 기운으로 가득 찰 때, 글쓴이는 도서관에 가서 마음을 달랩니다.


마음이 소금밭인데 도서관에 가는 사람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소금밭 같은 마음이란, 벌어진 상처에 뿌린 소금처럼 따갑고 아린 마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상처 입어 아리고 쓰린 자리에 또 다시 따가운 소금을 뿌려대는 일.


폭설 내린 날 길고양이의 마음을 생각합니다. 고양이 등에 사뿐사뿐 내려앉는 눈송이는

달콤한 설탕이 아니라, 뾰족뾰족 네모나게 각이 진 소금입니다.
 

겨울이 다 지나갔나 하고 방심했던 길고양이들에게는 차가운 눈발이 당혹스럽기만 합니다.
 

인간처럼 제설차를 쓸 수도 없고, 눈삽조차도 쓸 도리가 없어 그저 작은 발걸음으로 종종거리며 길을 만들어야

겨우 먹이를 구하러 나올 수 있는 날, 고양이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그런 날에 길고양이들은

곁에 웅크린 친구의 희미한 온기에 몸을 기대고, 쓰라린 마음을 보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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