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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제품 | 전시 | 공연

30년간 고전머리 연구한 '달인'을 만나다

by 야옹서가 2010.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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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체를 쓰고 4개월을 버틸 것을 생각하니 걱정되네요." (배우 이미연, '거상 김만덕' 중 김만덕 역)

"가체 쓴 지 20분만에 목디스크 걸릴 뻔했어요" (배우 박솔미, 김만덕의 라이벌 오문선 역)

3월 6일부터 방영을 시작한 사극 '거상 김만덕'과 관련된 인터뷰 기사를 보면, 두 여배우의 고충 중에
 
무지막지한 가체 무게에 대한 내용이 공통적으로 등장합니다. 머리카락이 무거우면 얼마나 무거울까

싶었는데
, 가벼운 것도 4~5kg이고 사극 '선덕여왕'의 주인공 이요원이 종반부에 썼던 가체는 

체감 무게가 
20kg에 달했다고 하니, 그 무게가 얼마나 부담스러웠을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고구려 고분 벽화나 조선시대 풍속화를 보면 늘 구름처럼 머리를 풍성하게 부풀려 한껏 멋을 낸

여인들이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 머리는 어떻게 재현되는 것일까
궁금하던 차에,

고전머리 연구가 손미경 님이 주최한 고전머리 전시회에 들러보게 되었습니다.

고려시대 상류층 여인들의 머리 모양을 재현한 모습입니다.

30년간 고전머리 연구한 달인을 만나다 
청와대 사랑채에서 지난 2월 16일~19일까지 열렸던 전시에는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고전머리의 변천사를 재현 작품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여성 사극이 인기를 얻고 있는 요즘

극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머리모양과 장신구를 보면서 '저런 머리는 어떻게 재현하는 걸까'

하고 궁금했는데,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던 시절부터 고전머리에 일찌감치 매료되어 옛 문헌과

풍속화, 고분벽화를 찾아가며 당시의 머리 모양을 생생히 재현해낸 모습에 눈길이 갔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런 고전머리를 연구한 당사자가 고전복식이나 역사 연구자가 아니라,  미용업계에서

현역으로 활동 중인 분이라는 설명에 놀랐습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한 손미경 님은

(사)한국고전머리협회를 만들어 뜻 맞는 이들과 함께 고전머리를 연구해왔다고 합니다.

미용실을 찾아오는 손님들의 머리를 매만지면서, 틈틈이 미용실 지하 연구실에 고전머리 연구를 위한

각종 자료와 머리 꾸미개, 전통 복식 등을 수집하여
고증에 힘썼다고 하는데요. 

영화 <왕의 남자>와 <궁녀>에 등장했던 고전머리도 그의 고증으로
재현된 것이라고 합니다. 

2006년에는 25년간 연구한 자료를 모아 <한국여인의 발자취>라는 고전머리 자료집도 출간했습니다.

책을 살펴보니  옛 여인들의 머리에 얼마나 많은 애환이 담겨있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한국 여성의 고전머리 모양은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를 거치면서 중국의 영향을 받다가,

고려시대 중기 이후부터
토착화된 모습을 찾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조선시대에 유행했던

머리 모양 중 몇 가지는 서구문물이 유입되는 와중에도
그 모습을 잃지 않고 오늘날까지

전해져오고 있는데, 쪽진머리와 댕기머리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가체와 관련한 사치풍조가 너무 심해져 가체 금지령이 내려지기도 했다고 하는데

가체 하나가 황소 한 마리 값이었다고 하니 그 사치가 얼마나 심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풍속화에서 볼 수 있는 트레머리 재현입니다.  대나무를 소재로 한 죽잠은 '흔들리지 않는 사랑'을 의미합니다.

 가체금지령 이전의 가체머리입니다. 국화 장신구는 이루어진 사랑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상징합니다.

조선시대 가체금지령 이전에 많이 보였던 머리 모습이라고 합니다.  

네모난 쓰개처럼 생긴 '가리마'는 조선시대 나인들의 머리 모양입니다. 의녀들의 모습에서 많이 보이지만

사대부 여인들도 착용한 기록이 세조 때부터 전해집니다. 

 
이제는 추억의 드라마가 된 '대장금'에 등장했던 의녀복과 상궁마마님 복장도 보입니다.  

거두미-조선시대 예장용 머리 모양입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묵직해 보입니다.

 거두미(왼쪽)와 어유미(오른쪽)-조선시대 내 외명부들의 머리 모양입니다. 
 
조선시대 궁중 대례복과 머리 모양을 비교할 수 있도록 나란히 세워두었습니다. 

고전머리 전시회는 단순히 머리 모양만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복식과 머리 장신구, 배경까지도 세심히
신경써야 하는
까다로운 전시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손미경 님께 가장 마음에 드는 고전머리 모델과 함께 기념사진 촬영을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응해주십니다. 

많은 사람들의 머리를 매만지는 일을 하는 틈틈이, 10대 시절부터 '고전머리를 한번 재현해봐야지' 했던

꿈을 잃지 않고 마침내 고전머리 분야의 전문가로 거듭난 그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넘칩니다. 


손미경 님을 사로잡은 고전머리의 매력이 무엇일까 궁금해 질문해보았습니다. 그는 "다양한 시대를

살았던 여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보며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매력으로 꼽았습니다.

시간여행 속에서 그는 위풍당당한 왕비가 되었다가, 요염한 기녀가 되어보기도 하고, 조신한 규수가

되어보기도 했을 것입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도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긴 세월을 넘나들었을 테지요. 손미경 님은 고려시대와 조선 초기 머리 모양의 경우 자료가 부족해

애를 먹었지만, 앞으로 꾸준한 연구를 통해 역사의 빈 공간을 밝혀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습니다. 

박봉과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한 분야에 일평생 매진했던 장인이 점차 줄어들고

'달인'이 개그의 소재로 전락하고 마는 요즘, 용기 있게 고전머리 연구에 투신한 손미경 님을 

'고전머리의 달인'이라고 불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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