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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고양이 스밀라

호시탐탐 아버지 이불을 노리는 고양이

by 야옹서가 2010. 4. 26.
"빨리 좀 와 봐~" 웃음 섞인 어머니 목소리에 무슨 일인가 싶어 뛰어가보니, 스밀라가 아버지 이부자리에 곤히 잠들었다.

스밀라가 사람 이불을 노리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그 모습에 웃을 수밖에 없었던 건, 이 자리가 평소

'
스밀라 금지구역'으로 선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수건이든 이불이든 비닐이든, 까실까실하거나 부셕부셕한 것, 넓고 폭신한 것이 깔린 곳이면 거침없이 올라가

드러눕는 스밀라지만, 다른 곳은 다 허락한 아버지도 "이부자리만은 내줄 수 없다"고 선포하셨는데 다 까닭이 있다.


처음 스밀라가 오고 몇 달 동안 아버지는 스밀라의 거실 출입조차 못마땅해 하셨다. 예전에는 개를 키우기도 했던지라 

동물 자체를 싫어하지는 않았어도, 아버지 세대 분들에게 동물이란 '마당에서 키우는 것'이란 인식이 확고했기 때문에

고양이가 실내에 어슬렁거리는 일을 낯설고 불편하게 느끼셨던 것 같다.  

  
한동안 불편한 공존 관계를 유지하면서 거실 출입 정도까지만 허락했던 아버지가 조금씩 마음을 연 것은,


스밀라가  '꼬리 애교'를 부리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아버지가 안방에서 나오면 다리 곁에 찰싹 달라붙어 꼬리를 휘감는

스밀라를 보면서 아버지도 어이없이 웃음을 지을 때가 많았고, 나중에는 "안방에 들어오는 것까지는 허락한다"고 하셨다. 

그러자 간이 커진 스밀라가 자꾸 아버지 이부자리까지 호시탐탐 노리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스밀라가 아버지 베개 뒤편 한 귀퉁이에 머리를 기대는 것까지는 허락하시는 걸 보고 별 말씀이 없겠거니 생각했지만,

이부자리 위만큼은 용납이 안되는지 "어떻게 사람 눕는 자리에 고양이가 올라올 수 있느냐"고 밀어내시는 바람에

스밀라는 매번 이부자리에서 쫓겨나곤 했다. 
 
 
그러나 저녁에 이부자리를 펴 두면, 아버지가 아직 귀가하지 않은 틈에 슬며시 들어와 이렇게 뒹굴곤 하는 것이다. 

처음 몇 번은 그러다 혼이 날까 싶어서 번쩍 안아 다른 곳에 옮겨주었지만, 오죽 가고 싶으면 그럴까 싶어

한동안은 내버려둔다.


아버지 베개를 베고 무념무상 얼굴로 누운 스밀라를 못본 척 저대로 눕혀두는 건, 스밀라의 소원 풀이를

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아버지 냄새에 익숙해진 스밀라가 아버지와 더 친해졌으면 싶어서다.

스밀라가 아버지에게 아는체를 하고 애교를 부리는 것도, 다 냄새로 익숙해져서가 아닐까? 스밀라가 먼저 

얼굴을 부비며 다가올 때,
아버지도 못이기는 척 스밀라의 마음을 받아주게 되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그때가 오면,

베개까지만 허락된 스밀라의 자리도 언젠가 아버지 이불 위로 넓어질 날이 있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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