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내 고양이가 사고로 두 앞발을 절단하게 됐다면,

그리고 썩어가는 앞발은 물론


어깨까지 잘라내야만 한다는 선고를 받았다면,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요?


《양손 없는 고양이 치비타의 기적》(해든아침)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의족을 착용하고 먼 곳을 응시하는 치비타. 앞발을 대신할 완충재가 들어있습니다. 사진 출처:《양손 없는 고양이 치비타의 기적》 4쪽


포획용 덫으로 추정되는 물체에 앞발을 심하게 다친 채 집으로 돌아온 치비타를 진단한 의사는 

보호자인 네코키치 씨에게 “안락사를 하거나, 어깨부터
절단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다친 부분이 앞발인데 어깨까지 절단하는 이유는, 앞다리를 중간에 절단하면
얇은 가죽 한 장만으로

뼈를 감싸는 형국이라, 고양이가 뛰어내릴 때 하중을 떠안는 발목 살갗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찢어져


결국 뼈가 가죽을 뚫고 나오면서, 재수술과 절단을 반복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 합니다. 반면

어깨까지 절단하는 경우 뒷다리만으로 기어 움직이게 되므로 앞다리뼈는 튀어나오지 않게 됩니다.

그러나 네코키치 씨는 의사가 제안한 두 가지 방법 중 하나가 아닌, 제3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어깨부터가 아니라, 살릴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살려주세요.”


앞다리 기능 일부를 살리는 대신 힘겨운 재활치료와 간병의 길을 선택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날부터 양손 없는 고양이 치비타와 네코키치 씨의 분투기가 시작됩니다.


고양이는 높은 곳을 오르내리기를 좋아합니다. 기분전환 삼아 앞발로 북북 스크래처를 긁는 것도

좋아합니다. 게다가 앞발은 고양이의 혀가 닿지 않는 곳을 그루밍하는 데
요긴한 도구입니다.

그런 앞발을 쓸 수 없다는 것은, 고양이에겐 무척 답답하고
괴로운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삶에 적응하기까지 힘들다 할지라도,
 안락사를 택하거나 혹은  치비타에게서

걷고 뛰는 기쁨을  빼앗아가는 것보다는
낫다고 네코키치 씨는 생각한 것입니다.



《양손 없는 고양이 치비타의 기적》은 길고양이였던 치비타를 입양해 키우던 네코키치 씨가 2007년 1월부터
 
2년간 자신의 블로그에 기록한 간병일지를 담고 있습니다.
당시 동물 전문 의족회사를 찾아볼 수 없어서,

치비타의 의족 1호는
미용사 친구의 도움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뛰어내릴 때의 충격으로부터


발을 보호하는 쿠션 역할을 하는 육구가 없기 때문에, 일차적으로는 충격이 가지 않도록 보호하고,

건강이 회복된다면
의족의 힘으로 걸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만든 것입니다. 

 사진 출처:《양손 없는 고양이 치비타의 기적》5쪽


네코키치 씨의 정성어린 보살핌 아래, 걷는 것은 불가능할 거라던 치비타는 두 달만인 2007년 3월

스스로 걸음을 내딛었습니다. 나중에는 발달한 뒷다리 근육 힘을
활용해 직립고양이처럼

두 발로 서기도 하고, 점프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만듦새가 허술했던 의족이 점차 고양이의 몸에 맞게 변화하는 과정도 눈길을 끕니다.

오사카의 한 의족회사에서 제작해준 의족 2호의 다리 본을
바탕으로, 돼지발 모양 스폰지가 달린

의족 3호, 빼기 어렵고 미끄러지지 않는
소재를 사용한 의족 4호, 마찰 자극을 줄인 의족 5호,

가슴으로 체중을 지탱하는
구조의 의족 6호, 발끝에 저반발 스폰지를 넣은 의족 7호에 이르기까지


치비타를 위해 개량된 다양한 의족의 사례가 등장합니다.

 


건강한 고양이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인 걷기나 뛰어오르기, 혼자 변 보고 파묻기 등이  

앞발 대신 의족을 쓰는 
치비타에게는 하나하나 새롭게 적응하고  배워가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것은 치비타를 돌보는 네코키치 씨에게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래서 네코키치 씨는 취직하는 대신

늘 치비타를 지켜볼 수 있는 재택근무를 선택하면서 끝까지 재활치료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걸을 수 없을 거라 했던 치비타가 스스로 걷고 대소변도 처리할 수 있게 되며, 뒷다리 힘만으로

뛰어오르기까지 하게 된 것은, 회복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돌본 인간의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겁니다. 치비타가 혼자 힘으로 묽은 변을 본 날, 그 뒤처리를 하다가 팔과

의족에 변이 묻었지만 싫은 기색보다 오히려 기뻐한 네코키치 씨. 책을 읽으며 그의 기쁜 마음이
 
전해져와서 마음이 아릿해집니다.

 

함께 사는 동물이 치명적인 부상을 입거나, 불치병에 걸려 고통을 받을 때 병원에서 보호자에게 

안락사 제안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동물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한
이유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희망이 희박한 상황에서 장기 간병을 해야 하는
고통도 감안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건강할 때와 100% 똑같지 않더라도,
함께 살아온 동물의 눈에 살고 싶어 하는 의지가 보인다면


안락사는 어떤 상황에서도 최후 수단으로 미뤄놓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 책은 생명의 소중함을

지켜내기 위한 반려인의 노력과, 자신에게 주어진 새로운 삶에 묵묵히 적응해가는 고양이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냈습니다. 간병일기를 토대로 했기에 각 꼭지의 글 분량이  짧고 기록문 형식인 것은 

좀 아쉽지만, 흔치 않은 고양이의 재활치료를 다룬 책이라는 점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분들께

한번쯤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또한 이 책을 통해 외출고양이로 키울 때 일어날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갖게 되네요. 고양이에 우호적인 곳이든 그렇지 않은 곳이든 간에,

고양이는 집 밖에서 수많은 위험요소와 맞닥뜨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사진 출처:《양손 없는 고양이 치비타의 기적》 14쪽


저는 의족을 장착한 치비타의 모습이 마치 자신의 운명과 싸우는 권투선수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의지를 담은 두 앞발로, 자기에게 주어진 새 삶을 꿋꿋하게 헤쳐갈 것임을 믿습니다. 

    *본문에 언급된 사진은 출판사의 양해 하에 리뷰 목적으로만 사용하였으며, 해당 사진 아래 각각 출처를 밝혔습니다. 


 치비타의 의족 적응 과정을 담은 동영상입니다. 

양손 없는 고양이 치비타의 기적 - 10점
네코키치 글.사진, 강현정 옮김/해든아침(작은책방)
[관련글]고양이와 오래 행복한 삶'을 꿈꾸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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