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할 때면, 꼭 그 나라의 유명한 묘지를 돌아보곤 합니다.

대개 파리 여행 코스에서 페르라셰즈나 몽파르나스 묘지가 하나쯤 들어가지만

고양이 여행에서 동물묘지를 빠뜨릴 수는 없습니다. 파리에 오기 전 들렀던

스웨덴의 동물묘지와 어떻게 다를까 궁금하기도 했고요.

물론 제가 갔던 고작 몇 군데의 묘지가 그 나라의 동물묘지 양식을 대표한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만, 적어도 그 나라 사람들이 반려동물과 이별한 후

어떤 모습으로 추억하는지 보여줄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묘지 입구로 들어서면, 40명의 목숨을 구한 구조견의 기념비가 당당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이곳은 '반려견 묘지'라고 불리지만, 개 외에도 고양이, 말 등 다양한 동물이 묻혀 있으며,

명사들과 함께 했던
동물들이 묻힌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곳에는 개와 고양이의 무덤을 기리는 비석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습니다.

무덤이 있는 줄도 모르게 숲속에 드문드문 자리 잡은 스톡홀름 반려동물 묘지의 사진(위)와 비교하면, 

약간 과밀도처럼 느껴져서 답답해보이는 감은 있습니다.


그래도 녹지가 전혀 없진 않습니다만... 땅값이 비싼 파리에서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게끔 설계한 곳이겠지만, 
어느 나라의 동물묘지가 더 마음에 들었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스톡홀름 동물묘지 쪽이 더 자연에 가까운 것 같아 편안한 마음이 듭니다. 

대신 파리의 동물묘지는 묘비가 좀 더 화려하고 장식이 많네요. 

묘지 곳곳에는 친구들이 외롭지 않도록, 길고양이가 지키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살아있는 길고양이와, 죽은 고양이를 기리는 비석이 묘하게 공존합니다.

비석의 날카로운 모서리가 채 무뎌지지도 않았건만, 고양이의 사진은 벌써 흐릿해지려 합니다.

세월이 야속합니다. 하지만 행복했던 기억도 이별의 슬픔도 그렇게 희미해져 가겠지요. 

모든 것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다면 행복할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삶이 유한하기에, 더욱

내 고양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소중하고, 함께 만들었던 추억이 애틋한 게 아닐까 싶어요.

반려동물이 떠나고 그들의 기억이 마음을 에일 때도 있겠지만, 시간이 흘러 차분해진 마음으로

추억을 돌아볼 수 있다면...그래서 그 시간 동안 동물묘지가 필요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집트 고양이처럼 영생을 꿈꾸며, 비석에도 이집트 고양이의 조각을 세워두었습니다.

죽어서도 동물들이 꽃과 함께 영원히 있을 수 있도록, 비석 앞에는 각자 화분이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파리의 동물묘지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고양이의 기념비가 있습니다. 

18년을 산 고양이라니...사람으로 치면 갓난아기에서 성년이 다 될 때까지 긴 시간을

함께 살아온 셈입니다. 함께 한 시간이 길었던 만큼 이별도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고양이 얼굴 모양으로 구멍을 뚫은 대리석으로 작은 방을 만들어 세운  이 비석을 보면서

어르신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영정사진을 곱게 찍어두려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삶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을, 이별 후에도 간직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비석 안에도 방이 있어서, 고양이의 사진과 함께 좋아하던 물건을 넣어 두었습니다.

 
작별을 받아들이기 힘들 때, 내 곁에 있던 그들이 이젠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이 막막하게 느껴질 때,

이곳에 가만히 찾아올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키키라는 이 고양이는 사진 속의 아주머니와 함께 10년을 살다 떠났습니다. 10년이란 세월 동안

쌓인 사연이 얼마나 많을까요. 사랑하는 고양이를 보낸 마음은 얼마나 애잔할까요.

사랑했던 동물의 추억을 오랫동안 간직하려는 마음이, 애틋한 묘비 속에 담겨 있습니다. 


* 스톡홀름 동물묘지 탐방기를 보시려면(클릭!)

구독+  버튼으로 '길고양이 통신'을 구독해보세요~ 트위터: @catstory_kr

아래 손가락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시면 블로그에 큰 힘이 됩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