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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에서는 길고양이가 보이지 않는다. '고양이는 집에서 사는 동물'이고

'외출할 때는 이동장에' 라는
규칙이 일종의 불문율처럼 지켜지는 듯하다. 그러니

길에서 고양이가 발견되는 건,
서울 한복판에 야생동물인 삵이 출몰하는 것만큼이나

예외적인 일이다. 오죽하면 길고양이 구조 기사가 지역신문에 기사로 나기까지 할까.


그래도 혹시 골목에서 길고양이를 만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찾아간 곳은
감라 스탄.

스톡홀름의 구시가지로 한국의 인사동처럼 아기자기한 기념품 가게도 많고 인파로 붐비지만,

두어 블록 안으로 걸어들어가면 의외로 인적이 드물다. 어쩌면 이곳에서 길고양이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도시의 뒷골목에는 대개 고양이들이 있었으니까. 


그러나 이 날 고양이를 만날 수는 없었다.  아무래도 약속 없이 고양이를 만나기란

힘든 모양이다. 대신 유럽 어디서나 그렇듯 산책하는 개는 흔히 볼 수 있었다. 

목줄도 없이 혼자 걷는 단발머리 개와 반려인 커플을 만난 것도 이곳에서였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까만 단발머리의 개가 고개를 푹 숙이고 골목을 걷는다. 

도심 한가운데서 목줄 없이 걷는 개를 본 건 처음이라, 유기견인가 싶어 뒤를 따라가본다.

묵묵히 걷는 개의 몇 걸음 앞을 바라보니 목줄을 손에 말아쥔 할머니가 앞서가고 있다.


개는 죄라도 지은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이고 할머니를 따라간다.


아래위로 검푸른 옷을 입어 그런지 할머니의 새하얀 단발머리가 유독 빛났다.

한데 그 모습이 뒤따르는 개의 까만 단발머리와 많이 닮아서 슬며시 웃음이 났다.

할머니 머리에서 빠져나간 검은 기운이 몸을 얻어 검은 개의 모습이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들고.  그러지 않고서야 뒤따르는 개를 투명인간이라도 된 양

모른척 앞서갈 수 있을까 싶은 게다. 왜 목줄을 풀고 따로 걷는지도 의문이다.

할머니 말을 안 듣고 속이라도 썩였나? 그래서 네 멋대로 하라고 목줄을 아예 풀었을까?

이런 상상을 하는 사이 할머니와 개는 타박
타박 걸어 눈앞에서 멀어져갔다. 


처칠은 자신을 지긋지긋하게 따라다니는 우울증을 '검은 개'란 별칭으로 불렀다는데

어쩌면 처칠을 괴롭혔던 우울증도 저 개처럼 주변을 맴돌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이미 자기의 일부가 되어버린, 그래서 더욱 외면할 수 없는 감정을 인정할 수도,

그렇다고 흔쾌히 받아들일 수도 없는 그런 마음을 내내 지니고 살았으리라.

마음에 올라타 네 개의 앞발로 심장을 꾹 누르는 검은 개를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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