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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길고양이가 선물한 가을 숲 풍경

by 야옹서가 2010. 11. 12.

오래된 아파트에 살면 좋은 점이 있습니다. 비록 시설이 낡아

불편하기는 하지만, 아파트가 오래될수록 화단에 심은 나무도 

함께 자라거든요. 나만의 화단은 아니어도, 봄이면 꽃이 피고

가을이면 곱게 단풍 드는 나무를 보고 있으면, 부자의 정원이
 
부럽지 않습니다.   


이런 화단 근처에선 길고양이를 가끔 만나게 되기도 합니다. 

아파트 고양이들은 장보러 갈 때 어두운 밤길에서나 가끔

마주치곤 했는데, 이날은 웬일인지 동그랗게 식빵을 굽고 있더군요.

화단은 며칠새 찬바람에 떨어진 낙엽으로 곱게 덮였습니다.

길고양이를 만나지 못했다면, 무심코 지나쳤을

낙엽길이지만, 덕분에 차분히 걸어볼 수 있게 되었네요.  


미미하나마 바닥에 쌓인 낙엽으로 보온 효과가 있을 것 같아도

그것은 땅에 사는 벌레들에게나 도움이 될 뿐, 덩치가 큰

길고양이에겐 큰 도움이 되진 않습니다. 차라리 엉덩이가 조금 시려도,

바닥이 매끈매끈한 맨홀 뚜껑이 길고양이에게는 더 좋은 자리입니다.  

이렇게 낙엽 쌓인 날에는 길고양이가 놀라지 않게 조심조심

다가가는 일도 쉽지는 않습니다. 조금만 움직여도 바스락

소리가 나니까요. 잠시 망설이던 고양이는 슬며시 일어납니다.
 
한가로운 시간을 만끽하던 고양이를 방해했나 싶어 미안하네요.


사람이 낸 가을 숲속 낙엽길을 따라, 고양이도 달려갑니다.

인적이 드물어지는 저녁, 고양이가 다시 이곳에 돌아왔을 땐

맛있는 선물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누가 주었는지

알지 못해도, 가을날의 즐거운 행운으로 받아주길 바랍니다.

낙엽 쌓인 숲의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선물해준 고양이에게

자그마한 보답이라도 해주고 싶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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