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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고양이 스밀라

가방을 지키려는 고양이의 자세

by 야옹서가 2010. 12. 9.
오랫동안 붙잡고 있던 일을 드디어 마감하고, 오래간만에 외출할 준비를 합니다.
 
예전에는 배낭에 이것저것 넣고 다니는 게 습관이었는데, 작년에 한번 크게 앓았던 뒤로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게 작은 배낭을 마련해 꼭 필요한 것만 가지고 다니게 되었습니다.

작고 가벼워서 즐겨 쓰는 배낭인데, 이날은 스밀라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스밀라가 버티고 나오지 않는 걸 보고, 어머니가 재미있어하면서 가방을 빼앗는 시늉을

해 봅니다. 배 밑으로 손을 집어넣어 나오게 하려고 하니, 등과 배를 바닥에 딱 붙이고

힘을 주면서 나오려고 하지 않네요. 스밀라의 표정에도 고집스런 마음이 묻어납니다.



조그만 배낭이라 몸이 다 올라가지도 않는데, 마냥 좋다고 저렇게 누워있습니다. 

똬리 틀듯 몸을 동그랗게 말면 올라가기는 하는데, 지금은 가방을 사수하려고

뒷발을 마루에 지탱해서, 닻을 내린 배처럼 꿈쩍도 않습니다. 무심해 보이지만

실은 가방에서 좀 더 누워있고 싶은 마음이 드는 스밀라입니다. 
 


제가 포기하지 않으니 그냥 버티는 걸로는 안되겠다 싶었는지, 다른 방법을 써봅니다.

한쪽 발로는 가방 테두리를 꼭 붙들고 "나 잔다..." 하고 눈을 가늘게 감는 것입니다.

'잠자는 고양이는 안 건드릴 텐데...' 하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가지 않으니 "이제 그만 가 줄래? 참 눈치도 없구나" 하는 듯한 표정으로


절 올려다봅니다. 실눈 뜨고 졸린 척하던 방금 전 모습과 너무 달라서, 한번 웃고

자리를 물러나와 줍니다. 아무래도, 가방은 스밀라가 싫증나서 일어났을 때

슬그머니 치워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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