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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고양이 스밀라

팔베개를 하고 자는 고양이

by 야옹서가 2010. 12. 12.
고등학교에 다니던 무렵, 쉬는 시간은 거의 잠자는 시간이 되곤 했습니다.

10분도 못 되는 시간, 두 팔을 베개 삼아 잠시 눈을 붙이는 것 정도로

오래 묵은 피곤이 사라질 리 없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요즘도 베개를 벨 수 없어서 자기 팔을 베고 잠든 사람을 보면 짠한 마음이 듭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 중의 하나가 잠자는 일인데, 그것조차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니까요.


도저히 가지 않을 것 같던 그 시간도 결국은 지나가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더 이상 쪽잠을 자지 않아도 되리라 생각했던 건 제 착각이었습니다.

학생에게는 학생의 사정이 있듯, 어른에게는 밤새워 일할 어른의 사정이 있더군요.


그런데 스밀라는 뭐가 피곤해서 저렇게 앞발에 머리를 기대고 자는지...

마감이 있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누가 야근을 시키는 것도 아니고, 밤새 쥐를 잡느라

고단한 것도 아닌데, 세상에서 가장 불쌍하고 피곤한 고양이가 된 양 저렇게 잠을 잡니다.

왜 넓은 러그며 호박방석도 마다하고 바닥에서 쪽잠을 자는지 모를 일입니다.

한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제 방 문 앞에서 저러고 누워있던 것을 보면,

제가 밖으로 나오기를 기다리다 지쳐 잠든 것일까 싶은 거죠.

"좀 더 오래 놀아줘, 좀 더 성의있게 놀아줘" 하고 말하지 않아도, 무언의 시위로 

놀아주기를 요구하는 듯한 스밀라의 잠든 자세입니다. 스밀라가 시무룩해지는 일이 없도록

잠에서 깨어나면, 신나게 잡기놀이를 해줘야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놀아달라 조를 때면, 언제 좌절 자세로 잠들었느냐는 듯 눈동자가 초롱초롱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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