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시간이 일러 영업을 시작하지 않은 강남의 주점 앞에 고양이가 웅크리고 있습니다.

고양이 사료가 알알이 흩뿌려진 것으로 보아, 근처에 밥 주는 사람이 있는 듯합니다.

고양이는 이른 저녁을 먹으러 나왔던 것인지, 떨어진 사료알을 주워먹던 그 자세로

등 근육을 긴장시키며 동그랗게 얼어붙었습니다.

여름철엔 시원해 보였을 술 광고도 겨울에 보니 선뜻해 보여 추운 느낌을 더합니다.

경계심에 찬 얼굴로 몸을 숙이고 귀를 뒤로 날리며 관망하는 오렌지 고양이입니다.

달아날까 말까 머릿속으로 가늠하고 있는 것입니다.

흰 털신을 신고 있지만, 모양만 그럴듯해 추위를 견디는 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한때 강남의 소비문화를 상징했던 '오렌지'라는 단어도, 오렌지 고양이에게는

그저 자신과 상관없는 '남의 일'일 따름입니다.


바삐 지나치는 사람들이 굳이 발밑까지 보려 하지 않으니, 잘 보이지는 않지만

주택이 드물고 주점만 즐비한 이곳에도 길고양이가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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