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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쌍둥이 길고양이의 '지붕 찜질방'

by 야옹서가 2011. 5. 25.
길고양이 일호가 아늑한 길고양이 찜질방에서 볕을 쬐고 있습니다. 적당히 달궈진 기왓장은

찜질방처럼 뜨끈뜨끈하거든요. 천연 야외 찜질방의 참맛을 알고 제대로 이용할 줄 아는 길고양이가 되겠네요.

아직은 한여름처럼 기분나쁘게 푹푹 찌고 습한 날씨는 아닌지라, 가만히 누워있으면 배는 따뜻하고, 

등은 불어오는 바람에 털이 올올이 날려 제법 시원합니다.


"응? 왜 이렇게 시끄럽다냐?"

길고양이 일호 옆에 있던 이호가 부스스 몸을 일으킵니다. 오늘의 찜질방 고객은
일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쌍둥이처럼 꼭 닮은 무늬 덕에 일호와 이호라고 이름 지어준 길고양이들이지요.

주변에 일호와 이호를 챙겨주시는 분이 있고, TNR도 되어 있어, 

개체 수가 늘어날 걱정 없이 이 골목에서 살고 있습니다.

일호의 한쪽 코밑에는 콧털이 삐져나온 듯한 작은 얼룩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콧털이'라 부를까 하다가,

아무래도 그건 좀 미안해서 "어쨌
든 태어날 때부터 수염이 있었으니 네가 연장자 해라"하고는

일호라고 부르고 있어요. 덕분에 함께 다니는 옆자리 길고양이는 자연스레 이호가 되었답니다.

 

가끔 길고양이들이 그늘막도 없는 지붕 위로 올라가 누운 모습을 보면 '아니, 저긴 너무 덥지 않나?'하고

내심 생각했는데, 가만
히 생각해보면 종일 먹이를 구하느라 녹작지근해진 몸의 피로를 이렇게 

천연 찜질방에서 푸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노곤해진 몸에 스르르 잠이 오는 바람에 

일호와 이호는 살며시 눈을 감고, 기왓장을 목침 삼아 얕은 잠에 빠져듭니다.

높이뛰기 실력만 있다면, 나도 길고양이처럼 지붕 위로 뛰어올라 옆자리에 슬그머니 끼고픈, 부러운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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