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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길고양이와 함께 걷고픈 '담장길'

by 야옹서가 2011. 6. 4.
길고양이 담양이를 처음 만난 것은 담 앞에서였습니다. 담양 지역의 고양이는 아니고요^^

늘상 담 위에서 놀고 있기에 "담냥아~"하고 부르다 자연스레 담양이란 이름이 입에 익었습니다.


사람이 다니기에 편한 길이 있다면, 길고양이가 다니기 편한 길도 있을 것입니다. 

한쪽 뒷다리가 편치 않은 담양이에게는 담벼락 위 좁다란 길이 마음 편합니다.

높은 곳을 뛰어오르거나 혹은 뛰어내릴 수는 있지만, 뒷다리를 약간 절며 걸어야 하기에

아무래도 평지에 오래 있는 건 마음의 부담이 있나 봅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담장길은

약간 폭이 좁기는 해도, 언제든 사람이 쫓아올 수 없는 담 반대편으로 뛰어 달아날 수 있어 좋습니다. 

제주올레길이 여행자들에게 호응을 얻으면서, 각 지방에서는 다양한 길 여행코스를 내놓고 있습니다.

북한산 둘레길, 군산 구불길, 강릉 바우길, 지리산 숲길... 예쁜 길 이름만큼 아름다운 풍광으로 가득한

길이지만, 제가 가장 걸어보고 싶은 길은 길고양이와 함께 걷는 '담장길'입니다. 길고양이처럼

폴짝 뛰어올라 담장 위를 걸어보고 싶은 거죠. 하지만 저는 담양이처럼 점프 실력이 뛰어나지도 않고

2미터를 가볍게 뛰어오를 만큼 몸이 날렵하지도 않으니, 역시 길고양이를 따라 눈으로만 걷게 됩니다.


 

"이 길은 내거야" 하고 주장하는 듯, 담장길 한가운데 드러누워버리는 담양이입니다.

걸어다닐 때는 살도 별로 없어 보이건만, 담장에 누우니 뱃살이 유독 강조되네요^^;

오똑한 콧날이 강조되는 고양이의 옆얼굴을 마주할 때면 늘 마음이 설렙니다. 

이때만큼은, 담장길의 주인이 담양이인 것 같습니다. 비록 담장을 세운 사람은 따로 있겠지만

담장 주인은 이곳을 길로 여기지 않았겠지요. 먼저 그 길을 걸어간 사람이 길을 만들게 되듯이

담양이가 먼저 이 길을 걸었기에, 담장 위 심심했던 공간은 길고양이들의 '담장길'이 됩니다.

오늘도 담양이가 지키고 있을 담장길을 마음으로 따라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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