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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고양이 스밀라

사진 찍을 때 '고양이 키스' 받은 이유

by 야옹서가 2011. 7. 10.

베란다에는 스밀라의 지정석이 있습니다. 층층이 쌓아 둔 공간정리함 2층,


적당히 높아 거실에 앉아 있는 가족들과 눈맞춤을 할 수 있고


또 제 방을 몰래 엿볼 수도 있는 명당자리가 이곳입니다. 가끔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면, 멀리서 스밀라가 제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보고 있었던 것일까, 알 수 없습니다. 제 방을 염탐하는 스밀라의 모습은 어떨까 궁금해서

베란다로 나와보면, 저렇게 고개를 쭉 빼고 안쪽을 기웃거리는 모습입니다.


 
사람이 곁에 있어도 늘 그리운 듯한 눈으로 바라보는 스밀라의 옆모습에 빠져듭니다.

그랗게 뜬 눈을 찍으려고 했지만, 카메라를 들이대면 자꾸만 실눈을 감는 스밀라.

자꾸만 꿈뻑꿈뻑 실눈을 감는 모습에, 처음에는 '사진 찍는 게 귀찮아서 그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영락없는 '고양이 키스'의 신호인데...

제가 먼저 눈을 꿈뻑하며 '고양이 키스'를 보낸 적도 없는데 왜 그럴까, 처음에는 참 이상했지요. 

'나랑 마주앉아 노는 게 좋아서 그런 걸까' 하고 생각했다가, 아~ 하고 불현듯 깨닫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사진을 찍을 때 뷰파인더를 보지않는 한쪽 눈은 감았다 떴다 하게 되니

스밀라가 보기엔 제가 먼저 '고양이 키스'를 보낸 것으로 인식되었나 봅니다.

비록 카메라에 가려져 한쪽 눈밖에 보이지 않는, 반쪽짜리 '고양이 키스'지만 말이죠.

그래서 예의바른 스밀라도 눈을 꿈뻑꿈뻑 감으며 '고양이 키스'로 화답한 것이겠지요.


하지만 언제까지 서로 눈맞춤만 하고 있을 순 없으니, 스밀라도 제 할 일을 합니다.  모처럼 찾아온 맑은 날이라

오늘은 가만히
햇볕을 쬐고 싶은 모양입니다. 장마철에 귀한 햇볕이니, 베란다에 해가 들 때 맞춰


눅눅한 털도 뽀송뽀송 말리고 고소한 햇빛 냄새를 맡는 게 좋겠지요.


기분이 좋아졌는지, 배를 드러내고 머리를 180도 돌려 앞을 쳐다보는 자세를 취합니다^^

가끔 "엥?" 하는 아방한 표정도 보여주고요^^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먼곳을 응시하는 스밀라의 얼굴. 스밀라와 사진 찍으며 놀다

일요일 오전이 훌렁 지나갑니다. 스밀라도 매일매일이 일요일 오전 같기를 바라겠지요.

시간에 쫓기는 일 없이 함께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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