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 고양이의 날_9월9일

소설과 영화로 만난 길고양이, 그 뒷이야기

by 야옹서가 2011. 9. 25.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고양이의 생명을 생각해보는 날이 하루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2009년 9월 9일 시작한

고양이의 날 기획전이 3회를 맞이했습니다. 올해는 9월 9일~18일까지 서울 성북동갤러리에서

함께했는데요, 기획전과 관람객 참여 이벤트로 진행했던 작년과 달리, 좀 더 풍성한

고양이 문화행사로 만들어가고 싶은 마음에서 두 가지 행사를 새롭게 기획했습니다.

바로 9월 17일에 진행한 '소설과 영화로 만나는 길고양이' 1, 2부 행사가 그것이었답니다.


1부에는 장편소설 <도둑괭이 공주>(문학동네)를 출간한 시인 황인숙 선생님과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2부에는 동물보호 옴니버스 영화 '미안해, 고마워' 중 '고양이 키스' 편을 연출하신

임순례 감독님을 모시고 자리를 함께했습니다.


후기란 게 행사 끝나고 바로 올라와야 제맛인데, 제가 일하는 잡지 마감이 금요일까지 이어져서
 
야근의 연속이었던지라, 퇴근하고 자정이 다 되어서야 컴퓨터를 켜고 뭔가 써보려 해도 

어느새 좀비 자세로 졸고 있더군요-_-;

금요일 저녁에 마감 끝내고, 맑은 정신으로 글을 쓸 수 있는 주말이 되어서야 글을 올립니다.

후기를 궁금하셨던 분들께 양해를 부탁드리며... 그날로 돌아가봅니다.

 

[1부] 소설로 만나는 길고양이-소설 <도둑괭이 공주>, 황인숙 시인과의 만남 
 

 

행사를 기획할 때는 늘 마음이 조마조마해집니다. 단순히 행사만 준비해서 끝나는 게 아니라

공간 섭외부터 방청객 모객, 행사 홍보, 장비 세팅, 사회자와 초대손님 섭외까지 문제가 없어야 하고

당일 방청객이 도착하면 우왕좌왕하지 않도록 매끄러운 진행도 맡아야 하니까요.


오후 4시, '고양이의 날' 기획전과 문화행사 개최 취지에 대한 설명으로 행사를 시작해봅니다.

 

 

첫 장편소설 '도둑괭이 공주'(문학동네)를 출간하신 시인 황인숙 선생님이 자리해주셨습니다.

황인숙 선생님은 1984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가


당선되면서 시인으로 등단하셨고, 현재 란아, 보꼬, 명랑이라는 이름의 고양이 세 마리와

함께 살고 계시답니다. 또한 5년째 집 근처 길고양이를 돌보고 있는 캣맘이기도 합니다.
 

 

'도둑괭이 공주'는 오래된 시장골목 좁은 집에서 혼자 살아가는 어린 캣맘, 스무살 화열이의 이야기입니다.

화열이 아빠는 사업 실패로 잠적하고, 일찍 결혼해 철없던 엄마는 꿈을 찾아 미국으로 훌쩍 떠나면서

화열이는 혼자가 되지요.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친척 집에서 독립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꿋꿋하게 살아갑니다. 가족을 잃은 화열이에게 새 가족이 되어준 것은 시장통 고양이들과 

비탈 동네 고양이, 그리고 고양이 커뮤니티 '고양이웃네'에서 만난 바리이모를 비롯한

언니 오빠들입니다. 그리고 치킨배달원으로 일하는 필용이와도 풋풋한 우정을 나누게 되죠.


소설에는 선생님이 길고양이를 돌보며 고양이 커뮤니티 회원으로도 활동했던 경험이 

생생히 배어있어요. 특히 첫째 고양이인 란아를 데려오시게 된 계기를 들려주시면서

보호소 고양이들을 회상하다 잠시 목이 메어 말씀을 못하시기도 할 만큼, 길고양이들의 현실에

깊은 연민을 갖고 계신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집 근처에 살던 고양이가 다 포획되어가서 사라지고

그 고양이를 찾으러 갔다가 힘겨운 상황에 놓인 보호소 고양이들을 만나고, 그 고양이들을 

다 데려올 순 없었기에 란아를 데려오면서도 마음이 많이 아프셨나 봅니다. 

 

쭉 이야기만 하는 것보다, 먼저 황인숙 선생님의 '도둑괭이 공주'가 어떤 내용인지 전해드리고 시작하도록
 
제가 책을 읽고 마음에 남았던 부분을 슬라이드쇼로 만들어 봤습니다.

 



총 2편을 만들었는데, 그중 1편을 행사에 오지 못한 분들께도 보여드리고 싶네요^^  


내내 차분한 음성으로 고양이 이야기를 들려주시고, 행사 끝난 뒤에 사인을 부탁드리는 애독자들에게도
 
일일이 고양이 그림을 그려가며 사인을 해주셨어요. '도둑괭이 공주'는 길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아직 길고양이를 잘 모르시는 분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보석같은 책이랍니다.  
 

 


 

[2부] 영화로 만나는 길고양이- '고양이 키스' 상영회 및 임순례 감독님과의 대화


오후 6시부터 시작된 '영화로 만나는 길고양이' 행사에서는 임순례 감독님의

'고양이 키스'를 함께 감상하고, 상영 후 임순례 감독님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임순례 감독님은 유기견이었던 개를 입양해 함께 살고 계시고,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대표로도
 
활동하고 계십니다. 올해 5월에 개봉한 동물보호 옴니버스 영화 '미안해, 고마워'에서는

길고양이를 돌보고 중성화수술을 담당하는 캣맘으로 활동중인 딸과, 그런 딸이 못마땅한 아버지가

고양이로 인해 갈등하고 화해하는 내용을 무겁지 않게 담아냈습니다.

* 영화 스틸 사진은 보도용으로만 사용하였으며, 저작권은 ㈜보리픽쳐스에 있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은 작은 갤러리의 큐레이터로 일하면서, 밤에는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다니며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중성화수술을 시켜줍니다. 감독님이 여러 캣맘들과 만나 사전취재를 하신 후

만든 영화라서 그런지, 캣맘들이 겪는 어려움이나 갈등이 사실감 있게 펼쳐집니다. 

 

 
밥 주며 동네 주민에게 욕을 먹기도 하고, 개체 수를 늘리지 않기 위해 중성화수술을 해주고,

고양이에게 밥 주는 일을 거를 수 없어 친구들과 여행도 마음놓고 가지 못하는...

TNR의 귀 표식을 왜 하는지 잘 모르는 분들은 "어떻게 고양이 귀끝을 자르냐"고 안쓰러워하지만 

실제로 그들을 돌보는 캣맘들 마음은 더 찢어진다고 합니다. 고양이를 괴롭히려 귀 끝을 자르는 게 아니라

귀 표식이 없으면 이미 중성화수술을 한 고양이인지 아닌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렇답니다.

 암컷 고양이의 경우 외관상 표시가 나지 않기 때문에 두 번 개복수술을 해야하는

경우가 있어 불가피한 방법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결혼도 하지 않고 "한밤중에 고양이 밥이나 주러 다니는" 캣맘 딸이 영 못마땅한 아버지가 있습니다.

고양이 밥그릇으로 쓰는 일회용 그릇들을 딸의 가방에서 발견하고 화를 내는 장면이죠^^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완고한 노인으로 그려지지만, 다리를 다쳐 고양이 밥을 줄 수 없는

딸을 도와 함께 밥을 주러 다니며 딸을 이해하게 됩니다. 아버지가 길고양이와 교감을 표현하는 방법이

바로 '고양이 키스'였는데요. 바로 두 눈을 '꿈-뻑' 하고 잠시 감았다 뜨는 것을 말합니다.
  

 

영화 '고양이 키스'의 고양이 주인공 나비가, 마지막에 아버지에게 꿈뻑 하고 고양이 키스를 날려주죠. 

고양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날려준다는 고양이 키스. 인간과 고양이의 '소통의 시작' 아닐까 해요.
 

임순례 감독님은 반려견과 살고 계시지만, '미안해, 고마워'에 참여하신 다른 세 분 감독님이

모두 개에 대한 영화를 만든다고 해서, 좀 더 다양한 동물 이야기를 담기 위해

길고양이 영화를 연출하게 되셨다고 합니다. 보통 동물 배우 중에서도 '개 배우'는 있지만 

'고양이 배우'는 드물어서, 반려묘를 키우는 분들이나 캣맘들의 협조 하에 고양이를 촬영하셨대요.


그전에 영화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에서는 '소 배우'와 영화를 찍기도 했는데 고양이라고 어려울까

하는 마음으로 찍기 시작했는데, 고양이와 영화를 찍는 게 보통 영화의 10배는 어려웠다는 말에

영화 현장에서 통제가 되지 않는 고양이들과 씨름했을 현장 모습이 상상이 가더군요^^:


감독님은 키우던 반려견을 잃고 찾으러 다니는 과정에서 유기견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셨다는데요,

개를 찾으러 다니던 과정에서 겪은 일만으로도 영화 한 편을 찍을 수 있을 만큼 

여러 일을 겪으셨다고 해요. 흑백으로 전단지를 만들어 붙이다보니 막상 찾아가보면

다른 개이거나, 혹은 "개를 사랑하시는 마음이 깊은 것 같은데 혹시 우리 개를 키워보시지 않겠냐"는

엉뚱한 연락도 받으셨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유기견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고 유기견을 입양하게 되셨대요. 

꾸준히 동물에 대해 관심을 갖고 채식주의자로 지내시면서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대표도 맡게 되신 것이죠.
 

영화 촬영하며 있었던 에피소드들을 재미있게 들려주셔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몰랐네요. 

영화 속 캣맘의 이야기도 너무 어둡지 않게 담담한 시각으로 그려주셔서 좋았습니다.  

'세 친구'(1996)나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처럼 한국 사회의 '열외자들'의 이야기에 주목해온 감독님이

 

옴니버스 영화 '여섯 개의 시선'(2003), '날아라 펭귄'(2009) 같은 인권 영화 제작에 동참하고, 다시

'미안해, 고마워'(2011) 같은 동물 영화로 관심을 갖게 되신 것은 자연스런 수순이 아닐까 합니다.


예전에 제가 썼던 글 중에 "사회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대상을 줄 세우면, 동물은 늘 사람보다 뒷전에 있고,

그중에서도 길고양이는 맨 뒷줄에 있는 존재들"이란 내용이 있었습니다. 맨 뒷줄까지 도움의 손길이 가길

기다리기엔 너무 오래 걸리기에, 누군가 맨 뒷줄에 선 대상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싶었죠.

임순례 감독님이 만드신 영화들이, 소외된 동물들의 현실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해주실 것을 믿고

응원을 보냅니다. 

 

행사 후기를 마치며...

9월 17일 1, 2부 행사가 무사히 끝나기까지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습니다.

먼저 고양이를 위한 행사에 선뜻 참석해주신 황인숙 선생님, 임순례 감독님께 감사드립니다.

행사 공간을 허락해주신 성북동갤러리 김수연 관장님을 비롯해

1부 행사 진행과 프로젝터/마이크 등 장비 대여에 도움 주신 문학동네 출판사분들,

2부 '고양이 키스' 상영이 매끄럽게 진행되도록 도움주신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박상희 님, 

슬라이드쇼 제작에 도움 주신 고경훈 님과 행사 현장 기록을 도와주신 정현주 님,

그리고 토요일 황금 같은 시간을 내어 고양이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신 방청객분들.

이분들의 도움과 참여가 없었다면 올해 행사는 성사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다시 한번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내년에는 더 알찬 기획전과 행사로 찾아뵐 것을 약속드리며 

2012년 9월 9일, 제4회 고양이의 날 소식 들고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올해 행사 결산 내용은 이어지는 다음 글에 정리할게요^^ 내용이 너무 길어지네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