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 집에서 이삿짐을 풀고 있는데 스밀라가 보이지 않습니다.
 
고양이와 함께한지 얼마되지 않던 무렵에는 혹시 집을 나갔나 당황해서
 
이리저리 이름 부르며 찾아보았겠지만, 집 어딘가에 비밀장소를 만들어 숨었다가

슬그머니 나오는 고양이의 습성을 안 뒤로는 느긋한 마음이 되어 찾아보곤 했지요.

다만 아직은 풀지 못한 이삿짐이 곳곳에 널려있기에, 짐과 짐 사이로 스밀라가 오르내리다

박스들이 무너져 다칠까 싶어 조금은 걱정스런 마음으로 스밀라를  찾아나섭니다.


오늘따라 잘 보이지 않는 스밀라, 하지만 집의 가구들 중에 아직 짐이 들어가지 않은 곳 중심으로

찾아보면 나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방에 둔 책장 하단에 미닫이 수납공간이 있는데

스밀라는 용케 그곳이 빈 것을 알아차리고 그속으로 쏙 들어가 있습니다.

평소 서류며 책이 들어차있어 스밀라가 못 가보던 곳이었기 때문에 낯선 냄새도 났을 테고,

천장이 낮고 공간이 좁아 고양이 은신처로 삼기엔 좋은 곳이니, 아마도 책장이 스밀라를 먼저 유혹했겠지요.

 

어둠 속에서 눈만 번쩍이고 있는 스밀라를 발견해 얼른 불러보았지만 나오지 않습니다. 도리어

"모처럼 좋은 곳에서 쉬고 있는데 귀찮게 왜 방해하느냐"는 듯한 눈빛으로 저를 책망합니다.

급기야 몸을 틀더니 "난 고양이 아니야, 털뭉치야" 하는 듯한 모습으로, 앞발로 눈을 가려버립니다.

언뜻 보면 책장 아래 타월을 접어놓은것 같아 착각하고 지나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스밀라가 숨은 곳은 양쪽으로 문이 열리는 수납공간입니다. 닫힌 줄로만 알았던 미닫이문이 뒤에서 열리니

스밀라가 깜짝 놀라 돌아봅니다. 스밀라 입장에서야 그 속에 더 있으면 좋겠지만, 아직 수납공간 안쪽까지

먼지를 닦아내지 못해서 오래 있으면 별로 좋을 것이 없을 것 같으니, 일단 밖으로 불러냅니다.

못마땅한 듯이 미닫이문 밖으로 나오는 스밀라입니다. 스밀라를 위해서 책장 밑 수납공간 절반쯤은 비워놓아야하나

고민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