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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고양이 스밀라

새 옷장은 고양이도 두 발로 서게 한다

by 야옹서가 2011. 12. 11.

중고생 시절 쓰던 옷장을 이사온 집까지 가져오긴 했는데, 이제 못 쓰겠다 싶어 틈새옷장을 주문했답니다.

폭 60cm의 양문형 옷장에 서랍이 두 개 있어서, 자주 입는 옷만 꺼내놓고 입기에 적당한 크기입니다.

배송비가 추가로 붙지 않고 서랍이 두 개 달린 틈새장을 찾으려고 쇼핑몰을 며칠 뒤지고 해서

비교적 싼 가격에 구할 수 있었지요. 새 가구 냄새도 별로 안 나긴 하는데, 일단 물걸레로 한번 닦고 말리려

서랍 먼저 열어두었더니, 스밀라가 "또 뭘 샀나?" 하고 어슬렁어슬렁 걸어들어옵니다. 

새 물건이 들어오면 스밀라에게 검수를 받아야 한다는 걸 깜빡하고 있었습니다.

 
옷장 문을 열어주니 좋다고 뛰어들어, 위층 서랍 검사도 꼼꼼하게 시작합니다.

가운데에 중간 옷봉 거는 자리가 있는데, 튼튼한지 툭툭 건드려도 보고요.

유해한 냄새가 나지 않는지, 싸구려 합판을 쓴 건 아닌지 입술을 찡그려가며 냄새를 맡아 검사합니다.

'음...뭐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고...' 안심하는 스밀라의 표정입니다.

"이 정도면 합격일세." 스밀라가 흡족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며 눈을 꿈벅입니다. 제 마음에도 쏙 들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그만두지 않고, 옷장 문까지 꼼꼼하게 냄새 맡는 스밀라입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두 발로 우뚝 서서 옷장 위를 힐끔 봅니다. 뛰어오를 수 있나 높이를 재는 거지요.

네 발로 서서는 키가 작아 볼 수 없으니, 두 발로 서면 저 위쪽까지 올려다볼 수 있다는 걸
 
스밀라는 압니다. 두 발로 선 채 고개를 쭉 빼고 위를 보는 스밀라의 모습은 평소에 보기 힘든

장면이라, 사진 찍으면서도 오오~ 하고 감탄을 흘렸습니다. 그만큼 새 옷장이 스밀라의 마음을

잡아끈 모양입니다. 사실은 아직 정복하지 못한 옷장 위 자리를 탐내는 것이겠지만요.


창문 틀에서 옷장까지는 고양이 점프로 올라가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조만간 창틀 밑에 작업대를

새로 놓아서 스밀라가 전망대를 보는 데 어려움이 없고, 옷장 위 쉼터에도 가끔 마실 갈 수 있도록

디딤대를 만들어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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