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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고양이 스밀라

만사가 귀찮은 고양이의 '수달 자세'

by 야옹서가 2011. 12. 14.

잘 준비를 하려고 이불을 깔고 누우면, 이때다 싶어 의자로 폴짝 뛰어오른 스밀라는 수달 자세를 하고 있습니다.
 
앞발을 접어 몸 옆으로 붙이고, 의자 쿠션의 기울어진 각도에 턱을 맡기는 자세입니다. 앞발을 접으면 불편하지 않나

싶은데, 곧잘 저런 자세를 취하는 걸 보면 나름 편안한 모양입니다. 다른 고양이들보다 코가 낮고 이마가 동그란 스밀라는

수달의 얼굴 윤곽과도 많이 비슷해서, 세상에는 없는 은회색 수달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모른척 딴청부리는 모습이 귀여워서 일부러 다가가 사진을 찍으면, 눈을 마주치지 않고 저를 투명인간 취급합니다.

하지만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있어도, 알고 있어요. 어차피 스밀라의 크고 동그란 눈동자에는

제가 하는 행동이 하나하나 다 입력되고 있을 거라는 사실을요. 눈이 커서 곁눈질로도 다 보이거든요. 

귀찮음 가득했던 '수달 자세'에서, 양쪽 앞발을 뻗어 의자 쿠션을 사수하는 '곰가죽 자세'로 굳히기에 들어갑니다.

송년호 잡지를 만드느라 평소보다 더 팍팍해진 하루를 보내는 요즘, 일 생각을 털어내고 하루를 정리하는

한밤중의 평화로운 시간에 스밀라와 눈맞춰주고 사진 찍다 보면, 아쉬운 시간은 그렇게 잘도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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