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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고양이 스밀라

흑백영화의 주인공 같은 고양이

by 야옹서가 2011. 12. 17.
창문 여는 드르륵 소리만 나면 어디에 있든 알아차리고 번개처럼 뛰어오는 스밀라. 갈기를 날리며

폴짝 뛰어오르는 모습은 작은 흰사자처럼 용맹합니다. 창문이 닫히기 전에 얼른 그 자리에 엉덩이를 끼워놓아야

인간이 춥다고 문을 닫아버리는 상황을 모면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날이 추우니 창문을 열어도

서리가 끼어 바깥이 잘 보이지 않는데, 스밀라는 상관없이 그저 창문턱 자리만 주어진다면 만족이라는

얼굴입니다. 뿌옇게 변한 창 아래를 향해, 열심히 고개를 주억거려가며 구경하려 합니다. 

"응? 내 얘기 했냐옹?"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를 돌아봅니다. 사실 이 시간에는 바깥을 봐도

그다지 보일 게 없기 때문에 이제 슬슬 딴청을 부리기 시작합니다. 가을에는 그나마 서리가 끼지 않아

볼만 했는데, 갑자기 추워지면서 일어난 유리창의 변화를 스밀라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멍하니 있긴 심심하니까, 이미 익숙한 창틀이지만 괜히 한 번 더 냄새도 맡아 보고요.

벽도 하얗고, 바깥은 까맣고, 스밀라 털은 하얗고 흰 회색이고. 그러다 보니 마치 흑백사진처럼도 보이고,

고양이 아가씨가 주연으로 나오는 흑백영화처럼도 보입니다.

지금 쓰고 있는 니콘D300은 감도를 높이면 사진이 약간 저채도로 보이는 현상이 있어서, 더욱 그런 느낌이 드네요.

개인적으로는 너무 채도가 높은 사진보다 차분한 느낌의 사진을 좋아하는지라 큰 불만 없이 쓰고 있습니다.


고개를 들어 누군가를 기다리는 표정의 스밀라. 내 고양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워 보이는 것처럼,

스밀라도 저에게는 제 마음속에서 만들어지는 흑백영화의 멋진 주인공입니다. 지금은 단편적인 이미지로만

기록되지만, 긴 시간이 흘러 돌이켜볼 때 마음 속 영사기에서도 스밀라의 기억을 담은 흑백영화 필름이

차르륵차르륵 소리 내며 돌아갈 수 있겠죠. 그래서 스밀라의 모습을 매일 기록해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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