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숲고양이가 만난 도심 숲 길고양이

by 야옹서가 2011. 12. 20.

누군가 내 이름을 어떻게 불러주는가에 따라 내 삶의 방향이 바뀌기도 합니다.

길고양이가 사는 도심 숲을 찾아가 한참을 말없이 지켜보고 돌아오던 무렵

제가 즐겨 쓴 닉네임은 ‘숲고양이’였습니다. 2002년 여름, 처음으로 행운의 삼색 고양이를

만나 사진을 찍은 것도 숲처럼 조성된 도심 숲에서였고, 2005년쯤 다음넷 블로그를

만들 무렵엔 블로그 주소에도 forestcat이라는 단어를 넣을 만큼 그 단어를 좋아했지요.

‘숲고양이님’ 하고 불릴 때면, 저도 한 마리 고양이가 된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블로그에서 실명을 그대로 쓰기 시작하면서 이제 거의 쓰지 않게 된 닉네임이지만,

아직도 어딘가에서 숲고양이님 하고 부르면 내게 하는 얘긴가 착각할 때가 있습니다.


고양이 품종 중에는 ‘노르웨이 숲고양이’라는 품종이 있는데, 여느 고양이들보다

몸집이 크고 사자처럼 위풍당당한 매력이 있답니다. 갈기를 날리며 용맹하게 뛰어오는

‘노르웨이 숲고양이’의 모습도 매혹적이기는 하지만, 저의 숲고양이는

도심 숲 공간에서 살아가는 길고양이들 쪽에 더 가깝습니다.

비록 숲이라 부르기엔 옹색할만큼 크고 작은 나무 몇 그루 심어놓은 공간이지만,

안심하고 몸을 숨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기에, 도시 사람들이 자연의 품을 그리워하듯
길고양이 역시 가장 자연에 가까운 공간에서 살 수 있는 환경을 찾아 자신도 모르게

화단으로 화단으로 다가오는 되는 것이겠구나 싶어요. 숲에 마음이 끌리는 건,

모든 살아있는 것들의 본능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숲이 만들어준 그늘에 고양이가 몸을 숨기면, 저도 고양이를 따라 숲 그늘에

몸을 숨기고 가만히 앉아있다 오곤 했습니다. 그래서일까, 도심 숲에서 만나는 고양이의 모습은
길고양이에 한참 빠져들기 시작하던 그 무렵을 떠올리게 해서 더욱 반갑게 느껴집니다.

동그마니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 중성화수술 후 방사되었다는 표시로

한쪽 귀 끝이 잘린 것으로 보아, 이 곳에도 이들을 돌보는 손길이 있을 것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