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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흰털에 짝눈, 더 고단한 길고양이의 삶

by 야옹서가 2011. 12. 30.

골목을 걷다 보면 '인기척' 아닌 '묘기척'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영역을 침범당한 길고양이의

묘하게 경계하는 듯한 목청의 우웅~ 하는 울음소리, 혹은 배고파 엄마를 찾는 새끼고양이의

빽빽거리는 울음소리가 들릴 때면 십중팔구 그곳에 고양이가 있습니다. 

인기척이 느껴지는 집 지붕 틈새로 얼굴을 돌리니, 젖소무늬 엄마 고양이가 놀란 눈으로

휙 돌아봅니다. 그리고 그 뒤편에는 작고 하얀 새끼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흔히 '오드아이 고양이'라 부르는 짝눈 고양이입니다. 푸른빛 눈과 황금빛 눈을 동시에 갖고 있지요.

여느 가정에서 집고양이로 태어났다면 예쁨받고 건강하게 지냈겠지만, 이렇게 온 몸이 하얀 길고양이는

길에서 살아남기가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하얀 외투의 색깔 때문에 위장복을 입는 다른 친구들과 달리

눈에 잘 띄기 마련이라 불리하기도 하고, 혹자는 집에서 살던 고양이가 유기묘가 되었을 경우에는

외모가 달라 동료들로부터 배척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고양이는  한 배에서 난 다른 형제들이 근처에 함께 있는 걸로 보아, 아마 집고양이 출신은 아니고

곁의 젖소무늬 엄마가 낳은 고양이겠지요. 아빠 고양이 혹은 조상에게서 오드아이를 물려받은 것인가 봅니다.

콧잔등에 묻은 때를 보니, 녀석의 삶도 그리 순탄치는 않습니다. 엄마가 아직 챙겨줄 나이인데도 그런데

이제 혼자 독립할 때가 되면, 흰 외투에 짝눈 고양이는 더 고달픈 현실과 맞닥뜨리게 될 것입니다.

엄마와 함께 있는 동안 길고양이로 살아남는 지혜를 습득해서 혼자서도 골목에서 버텨나갈 수 있도록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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