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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친구의 체온으로 추위를 견디는 길고양이

by 야옹서가 2012. 1. 2.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철제 계단 위, 길고양이 한 마리가 그윽한 눈으로 먼 곳을 보고 있습니다.

어쩐지 쓸쓸한 그 표정에 이끌려 가까이 다가가 보지만, 계단이 단독주택 안쪽으로 나 있고

담벼락에 가려져 가까이 갈 수는 없습니다.

아쉬운대로 담벼락 옆으로 돌아가 봅니다. 엇, 그런데 어쩐지 길고양이 엉덩이가 여느 고양이보다

좀 더 길어 보입니다. 바로 곁에 노랑무늬 고양이 한 마리가 더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두 마리가 끝이 아니었습니다. 처음 마주친 길고양이 뒤에 숨어있던 고양이가 고개를 번쩍 드니

바로 뒤에는 또 다른 노랑무늬 고양이 한 마리가 더 있었습니다. 세 마리가 옹기종기 좁은 자리에 누워

추위를 견디고 있었네요. 한겨울 길고양이에게, 서로의 체온은 가장 좋은 난방도구가 됩니다.

제일 어린 축에 드는 고양이가 이쪽을 빤히 바라보지만, 다시 몸을 옹송그려 옆자리 고양이에게 몸을 기댑니다.

바로 옆에 느껴지는 인기척도 개의치 않고 가만히 누운 고양이들. 한가로운 시간을 방해받지 않도록 자리를 비켜줍니다. 

인천의 대안문화공간 '낙타사막' 근처에서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가는 이 고양이들은 똑같은 노랑무늬끼리

지친 몸을 맞대며 험한 세상을 살아넘기고 있습니다. 녀석들의 평안한 한때가 오래오래 지켜지도록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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