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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사찰서 들고양이 포획 뒤 안락사 예정? 네티즌 항의 빗발

by 야옹서가 2006. 3. 7.

살생을 금하는 것은 불교의 가장 큰 핵심 사상 중 하나다. 그러나 들고양이로 인한 사찰 및 주변 상인들의 불편함, 생태계 교란 등을 이유로 들며, 들고양이 포획 계획을 추진 중인 곳이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3월 2일자 인터넷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최근 국립공원관리공단 가야산사무소로부터 포획계획 동의요청서를 받아, 다음 달부터 경남 합천군 가야산 해인사 인근의 들고양이 포획에 나설 예정이다. 가야산 일대에 서식하는 들고양이 85여 마리가 국립공원 구역인 해인사 일대에 모여들어 사찰 음식을 훔쳐 먹거나 인근 상가 80여 곳의 쓰레기봉투를 찢어놓고, 생태계를 교란하는 등 등 불편을 야기하는 데 따른 것이다. 

 

이 신문은 또한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일단 쥐를 잡을 때 사용하는 트랩을 활용해 들고양이를 잡은 뒤 학계에 실험용으로 제공하거나 야생동물협회에 기증할 예정이다. 또 기증이 여의치 않을 경우 거세하거나 안락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사찰과 상가를 중심으로 들고양이 포획을 시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이 밝혀지자, 들고양이 무단 포획과 안락사, 실험동물 제공을 반대하는 네티즌들이 낙동강유역환경청, 해인사 게시판에 일제히 항의 글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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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유역환경청 게시판에 빗발친 네티즌의 항의 글

네티즌 이원복 씨는 낙동강유역환경청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려 “포획과정에서 쥐 잡을 때 쓰는 잔인한 트랩이라는 기구를 사용한다는 것은 현행 동물보호법상의 제6조 동물학대 금지 조항에도 위배된다”며, “잡은 들고양이를 실험용으로 기증한다는 것 자체도 끔찍하고 비윤리적인 동물학대일뿐더러, 현행 동물보호법에서는 야생 들고양이를 비롯한 유기견 등도 어떠한 경우에도 실험용으로 기증하지 못하도록 법 개정을 하고 있는데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앞장서서 동물학대를 조장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호소했다.

네티즌 김희정 씨 역시 “거세수술이 다른 방법들에 의해 예산은 많이 들겠지만 고양이의 특성상 개체수 조절에 가장 효과적이며 인도적인 방법이다”라고 설명했다. 고양이는 영역을 중요하게 여기는 동물이기 때문에 특정 지역 안에 특정한 수를 유지하며 자기들 간의 체계를 이루고 살아간다는 것. 환경청에서 고양이를 일제 포획해 개체 수를 급감시킬 경우, 타 지역에서 더 많은 수의 고양이들이 유입되어 공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어 김 씨는 “고양이가 안전하게 잡힐 수 있는 고양이전용 통덫을 사용해서 포획한 후에, 거세수술과 표시를 하여 포획한 곳에 재방사 한다면 타 지역에서 유입되는 고양이도 막을 수 있다. 그리고 고양이들이 먹을 수 있는 일정량의 음식을 제공한 다면 고양이들은 야생조류를 잡아먹거나 인간들의 쓰레기를 망쳐놓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한편 논란의 중심이 된 합천 해인사 자유게시판에서도 네티즌들의 호소가 이어졌다. 네티즌 이현주 씨는 “생명을 누구보다 소중히 여겨야 하는 사찰에서, 그것도 제가 너무나 동경하고 자주 들려보면서 마음의 평화를 얻는 해인사에서 이런 극단의 조치가 나온 것이 정말 실망스럽고 믿어지지 않는다”며 들고양이 포획 및 안락사, 실험동물 제공 계획의 철회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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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해인사 자유게시판에 이어진 네티즌의 호소



네티즌 채미하 씨 역시 “길고양이 때문에 화가 난 상인들이나 주변인들의 민원을 진정시키기 위해, 그들의 악감정을 이용한 단순 행정 처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길고양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과연 그들을 포획해 실험용으로 제공, 안락사 시키는 것이 전부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해인사 관계자로 추정되는 '편집실'이란 네티즌이  “염려와 우려, 관심도 적당히 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현재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해인사, 마을 주민이 협의회를 구성 중이며, 고양이도 생명이기 때문에 무차별 살상은 안 되고, 개체수를 줄이기 위한 것이 관건이므로 불임수술 등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검토하고는 있다. 무차별 포획하여 사체를 처리하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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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관계자가 게시판에 올린 해명 글


빗발치는 항의에도 불구하고 현재 낙동강유역환경청과 해인사 측 모두 공식적인 차후 방침을 발표하지 않았다. 해인사 자유게시판에 남겨진 '편집실'의 글 역시 공식 입장 표명은 아닐 뿐더러, 어떤 방식으로 포획할 것인지 구체적 방침을 밝히지 않았고, '불임수술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검토는 해보겠다'는 식의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을 뿐이다.

 

도심 길고양이와는 달리, 야산에 사는 들고양이의 경우 이로 인한 생태계 교란 문제가 제기되어온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들고양이를 무조건 포획해 안락사 시키거나 각종 실험 대상으로 고통스럽게 죽어가도록 하는 것이 과연 도의적으로 옳은 일인가는 의문이다. 또한 일부 네티즌들이 문제를 제기한 것처럼, 고양이를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소탕’할 경우 일시적으로 고양이들이 없어질 수는 있지만, 영역 동물인 고양이의 특성상 곧바로 타 지역에서 고양이가 유입되면, 같은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은, 현재 가야산 인근 영역을 점유한 고양이들을 위험한 트랩 대신 통덫으로 안전하게 포획하고, 불임수술 후 방사해 일정 개체 수를 유지하도록 하는 일이다. 마치 쓰레기를 치우거나 해충을 박멸하듯이 들고양이를 처분하기보다, 다소 더디 가더라도 인간과 동물이 상생하는 길을 찾는 지혜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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