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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길고양이에게 위로받은 날

by 야옹서가 2012. 2. 25.
많은 분들이 걱정해주신 덕분인지, 뇌출혈로 입원하셨던 아버지 증세에도 차도가 있네요.

오랫동안 소식 없어 걱정하는 분들이 계실지 몰라서 짧게나마 소식 전합니다.

병원에 입원해 계실 때는 가족들이 돌아가며 24시간을 지켜야 해서, 환자도 환자지만
 
반나절씩 교대로 간호하는 어머니와 동생의 건강까지 상할까 염려했었지요.

이제 퇴원은 했지만 계속 통원치료를 해야 하는데, 자꾸 밖으로 나가시려 하니 걱정이네요.
 
한번은 외출하셨다 집을 못 찾아 경찰서에서 보호하고 있다는 연락이 와서 모시고 왔는데

휴대폰 친구찾기 등록만으로 안심할 수 있을지,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조언해주세요. 

이런저런 걱정에 가만히 웅크리고만 있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마음만 무거워질 듯하여


틈나는 대로 찾곤 했던 길고양이 동네에 들릅니다. 어디든 사람 사는 동네이기는 마찬가지지만

고양이와 맺은 인연이 오래도록 이어지는 곳은 어쩐지 길고양이 동네라고 부르고 싶어집니다.

개미마을도 그런 길고양이 동네 중 하나이지요.

보통은 마을버스 종점에서 내려 타박타박 걸어내려오며 고양이들 안부를 확인하지만

이날은 낯익은 녀석들을 만나 위로받고 싶어서 붙임성 있는 귀연이네 집부터 찾아갑니다.


저를 보고 애앵 울며 뛰어오는 고등어무늬 귀연이, 뱃털의 흰 부분이 좀 더 많은 귀현이를 비롯해서

떡진이 등 여러 마리 고양이들이 머물러 쉬는 곳이거든요.  
  
늘 털이 부숭부숭한 떡진이가 물결무늬 지붕의 빈틈에 몸을 눕히고 쉬는 모습이 제일 먼저 들어옵니다.

귀연이와 종종 붙어다니곤 하는 귀현이도 제가 있는 곳을 향해 묵묵히 눈길을 보내옵니다.

다른 길고양이들과 달리 귀연이는 저를 발견하면 잰걸음으로 걸어옵니다. 매번 보는 모습이지만 왜 그럴까 신기합니다.

특별히 귀연이에게만 잘해준 것도 없고, 매일 올 수 있는 동네도 아니어서 가끔 얼굴을 마주보는 정도에 불과한데

과연 날 기억하고 있을까. 어쩌면 내가 아니라 사료맛을 기억하고 오는 걸까. 아니면 매번 밥을 챙겨주는

이 동네의 집주인 아주머니와 내가 닮기라도 한 것일까. 귀연이에게 여자사람은 다 비슷하게 보이는 걸까.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복잡하게 생각 말고 그저 반갑게 귀연이를 맞이해 봅니다.

어느 틈에 잽싸게 담장 위로 올라온 귀연이. 귀염성 있는 목소리로 울어댑니다.

귀연이가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챙겨주신 동네 분들께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도 귀연이 곁에서

위로받고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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