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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꼬마 길고양이의 해돋이 자세

by 야옹서가 2012. 2. 29.

갈순 아저씨와 함께 염탐에 나선 길고양이 꼬마. 아무래도 어른이 곁에 있어 그런지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사람과 눈이 마주치지 않았을 때에나 해당되는 말일까요? 저와 눈이 마주치자 금세

고개를 담 아래로 쑥 집어넣습니다. 


귀끝까지 쏙 숨겨야 하는데... 아직 그것까지는 모르고 제 눈에 사람이 안 보이면 사람도 저를 못 보겠거니

생각하는 꼬마입니다. 제가 보거나 말거나 갈순 아저씨는 꼼짝않고 이쪽을 보고 있군요. 

 


"어, 지금 나가도 괜찮은 거예요?" 하고 묻는 듯 꼬마도 다시 조심스레 얼굴을 내밀어 봅니다.  올라오는 듯 마는 듯

슬금슬금 머리를 위로 올리는 모습이, 꼭 해돋이 풍경 같네요. 바로 옆에 갈순 아저씨가 있어서인지 꼬마의 얼굴이

더욱 더 작아 보이는 효과가 납니다.


 
둘이 나란히 앉아 이쪽을 바라보는 모습이 마치 해와 달 같아요. 세상 빛을 본 지 오래된 갈순 아저씨는

무르익은 해의 빛깔을, 아직 어린 꼬마는 풋풋하고 새초롬한 달의 빛깔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 어린지라 아명을 꼬마라고 부르고 있지만 달이라는 이름도 잘 어울립니다. 꼬마의 덩치가 지금보다 커져서
 
갈순 아저씨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때, 더 이상 꼬마라는 별명이 어울리지 않을 때쯤 

살며시 '달이야' 하고 불러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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