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캣맘, 세 고양이의 엄마. 황인숙 선생님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묵묵하게 길고양이 사랑을 실천하는 선생님은 '길고양이의 대모'로 불러도 부족함이 없는 분이다. 황인숙 선생님의 시나 산문도 좋아하지만, 글뿐 아니라 삶의 방식에서 존경하게 된 분이기도 하다. 길고양이였던 란아, 보꼬, 명랑이-이렇게 세 마리 고양이와 선생님이 함께하는 일상을 담은 책 <우다다, 삼냥이>가 출간되어 반가운 마음으로 펼쳐든다. 평소 '고양이 시인'으로 불릴 만큼 꾸준히 고양이에 대한 시와 산문을 써온 선생님의 일상이 책에 오롯이담겨 있다.

 

책 속 이야기와 어우러지는 화가 염성순의 그림도 책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두 분이 친구 사이라서 그런지 그림에도 유머가 실려 있다고 해야 할까. 책에 실린 그림 중에서 씨익 웃게 되는 한 장면. 낮잠 자다가 일어났을 때 옆구리로 다가와 기댄 명랑이를 안아들고 즉석에서 작사작곡한 노래를 부르며 얼러주는 모습이다. 왜 우리는 고양이에게 말을 걸 때면 목소리가 간사해지는지. 고양이와 대화할 때의 목소리를 생각해보면 평소보다 톤이 높아지고 명랑해지니 말이다.

 

복고양이란 뜻의 '복고'로 이름지었다가 소리나는대로 자연스럽게 이름이 바뀐 '보꼬'. 고양이도 이름을 부르면 알아듣는다. 스밀라도 제 이름을 부르면 귀를 뒤로 젖히면서 반응한다. 특히 선잠이 들었을 때 이름을 부르면, 몸은 가만히 있고 꼬리만 귀찮은 듯이 '응' 하고 까딱하는데, 보꼬도 스밀라도 행동이 똑같다. 그림 속 보꼬의 복슬복슬한 꼬리를 보고, 지금 내 등 뒤에서 자고 있는 스밀라가 생각나서 또 웃고.

책은, 애묘인이라면 한번쯤 경험했을 법한 에피소드가 짤막한 글로 여러 편 이어지는 구성이다. 예컨대, 원래는 모직 옷이 아니었지만  어느새 흰 털이 부숭부숭 달라붙은 앙고라셔츠  따위가 갑자기 생겨나는 건, 역시 고양이가 사는 집에서는 숱하게 겪는 일인 모양이다. 그렇게 앙고라 셔츠가 되기 전에 옷을 치우면 되긴 하지만, 내 냄새가 묻은 옷이 좋다고 그 위에서 뭉기적대는 녀석을 밀어내는 건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저렇게 좋으면 그냥 갖고 놀게 두자'고 포기하게 되니 말이다.


선생님은 고양이 카페(온라인 고양이 동호회)에서 친하게 된 사람들을 '고양이 친구'라고 부르는데, 택시기사 아저씨가 '고양이 친구'를 '고향이친구'(고향 친구)로 잘못 알아듣는 바람에 당황했던 에피소드도 재미있다.

 


생선 깡통에 머리가 낀 길고양이 이야기를 듣고, 혹시 또 그런 일이 있을까봐 길에서 생선 통조림 빈깡통을 보면
꼭 발로 찌그러뜨려 놓고 간다는 선생님. 고양이에게 캔째로 주면 혀를 벨 수 있다며 꼭 내용물을 꺼내어 주라고 신신당부하는 글 속에 고양이를 향한 애정이 진득하게 느껴지는 책이다.

 


위 그림은 길고양이에게 무심코 사료를 줬다가, 커피콩을 사료로 착각해서 준 걸 뒤늦게 깨닫고 다시 커피콩을 골라내는 이야기. 일이 터졌을 당시에는 난감했을 법한 상황까지도 유머로 승화시키는 글이 종종 등장해서  내내 웃으며 읽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길고양이들의 사연에 애잔해진다. 캣맘으로 산다는 건 고단하고 때론 마음아픈 일도 있지만, 고양이를 돌보며 만난 사람들과의 소소한 인연에서 힘을 얻고, 내 곁의 고양이가 주는 행복과 기쁨이 있기에 그 힘으로 살게 된다는 이야기.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의 맨 마지막에 실린 글 "고양이 집사들이여, 야옹이들과 함께 오래오래 행복합시다!"의 한 구절을 옮겨본다.

 

"(전략)고양이를 기르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고양이 집사라 칭한다. 때로 그 희생이 과도하기도 하지만 고양이라는 종족은 그걸 보상하고도 남을 만큼 순수하고 진정한 사랑을, 그래서 위안과 생기를, 곧 뼛속까지 훈훈해지는 행복감을 준다. 사랑이라는 게 감정 상태인지 영적 상태인지 헷갈리게 하는 그 행복감! 내가 바깥고양이들과 연루돼 겪는 고달픔은 우리 란아, 보꼬, 명랑이가 주는 행운을 갚는 셈인가 보다. 당최 공짜가 없구나."

우다다, 삼냥이
1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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