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           
오오타 야스스케 지음(책공장더불어)


사람도 먹고 살기 힘든 세상에 동물까지 신경 쓸 겨를이 있느냐는 말을 가끔 듣습니다. 평범한 일상생활 중에도

 

그런 말을 듣기 십상인데, 지진이나 홍수, 태풍처럼 대규모 재난을 겪은 땅에서는 더하겠지요.  

 

후쿠시마는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때 일어난 원전사고로 방사능이 유출되면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입니다.

 

사람이 버리고 간 그곳, 이미 잊혀가는 그 땅에도 동물들은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책공장더불어)은 재난이 덮친 후쿠시마를 떠나지 못하고, 혹은 스스로의 의지로 떠나지 않고

 

집을 지키며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동물들, 손쓰지 못해 죽어가는 동물들, 이미 무지개다리를 건넌 동물들을 기억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집입니다.

 

 

원전사고 반경 20킬로미터 이내, 방사능에 피폭된 땅에서 허물어진 집을 지키고 먹을 것을 구하며

 

가족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개와 고양이, 목이 타서 죽어가는 젖소와 돼지가 후쿠시마에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사람도 제 앞가림을 하기 힘든 재난 앞에서 동물의 생명을 이야기하는 것을 누군가는 배부른 소리로 여길 수 있을 것이고

 

살던 주민들도 떠나가는 마당에 버려진 동물들을 일부만이라도 구하려 한 행동을 무모하게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책에 수록된 사진을 찍고 글을 쓴 다큐멘터리 사진가, 오오타 야스스케는 수차례 후쿠시마를 찾아 

 

동물들을 구하고 사진으로 기록해둡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지옥'이 이 세상에 아직 존재하고 있음을 알리기 위해서이지요.

 

 

 

목이 말라 수로에 들어갔다가 혼자 힘으로 나오지 못해 죽어가는 젖소들, 목장에 갇혀 굶어죽어간 말과 소를 보면서

 

저자는 몇 번이나 "제기랄, 제기랄"하고 외칩니다. 사진에세이 형식이어서 글은 짧고 사진이 대부분인 책이지만,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풍경을 맞닥뜨렸을 순간의 막막함과 분노가 사진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져왔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무모하고 위험하게 보일지라도, 기록해두지 않으면 이런 비극이 존재했다는 것조차 알려지지 않을 것이기에

 

저자는 그곳으로 가서 사진을 찍었고, 구할 수 있는 동물들은 구조해와서 새로운 가정으로 입양을 보냈습니다. 

 

겁을 먹고 달아나버리거나, 함께 살던 가족이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얼굴로 고집스레 집을 지키는 동물도 있었지만,

 

구조대를 기다렸다는 듯이 힘없이 다가와주는 동물도 있었습니다. 달아난 녀석들도 사람들을 믿고 따라갔다면 살 수 있었을 텐데

삶과 죽음의 길이 여기서 이렇게 갈라집니다.

비쩍 마른 이 고양이는 함께 살던 가족은 아니더라도, 따뜻하게 보살펴준 사람들을 따라가 새로운 삶을 살게 되겠지요.

 

구조된 동물들은 어떻게 됐을지 궁금할 독자들을 위해, 책의 말미에는 몇몇 구조동물의 후일담도 짤막하게 실려 있습니다.

 

책을 넘기며 자연의 힘 앞에서는 인간도 과학도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는 걸 절감했고, 원자력발전의 위험성에도

 

눈길을 돌리게 됩니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생명의 무게에는 가볍고 무거움이 없음을 전하는, 묵직한 동물책입니다.

 

*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 북트레일러가 제작된 것이 있길래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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