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이치 현의 도자기마을 도코나메를 산책하던 무렵 또 다른 길고양이를 만났습니다. 혀를 빼꼼 내밀고 메롱 자세로 자고 있네요. 

 

"내가 웃는 것처럼 보여도 웃는 게 아니야" 메롱 하고 혀를 내밀며 장난스럽게 웃는 것처럼 보이지만, 턱밑에 찌든

침의 흔적을 보면 어딘가 몸이 좋지 않아 보이기도 합니다. 그루밍을 제대로 하지 않아 부숭부숭한 털도 그렇고요. 

어딘지 모르게 피곤해 보이는 고양이입니다.

 

사람의 기척을 느끼고 슬그머니 일어나 자리를 피합니다. 그렇다고 마구 뛰어 달아나는 것도 아니고, 여유롭게

기지개까지 쭉 켜며 일어나 슬금슬금 걸어갑니다. 고양이 눈앞에 도자기마을 도코나메의 상징이라라 할 수 있는

대형 마네키네코상 '도코냥'의 모습을 본딴 스티커가 붙어 있습니다. 마치 길고양이를 보고 반가워 손이라도

흔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나중에 정식으로 소개하게 될 도코냥의 모습을 살짝 맛보기로 보여드리면 이렇습니다. 아래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비교해보면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황금으로 손톱장식을 한 고양이 앞발을 들어 복을 부르고 있네요.

 

도코냥에게 돌렸던 눈길을 다시 메롱 고양이에게로 돌립니다. 고양이는 어느새 이웃집 마당에 들어와 자리를 잡았습니다.

 

가끔 턱이 빠져서 혀를 집어넣지 못하는 길고양이도 있다고 하는데, 다행히도 다시 혀를 집어넣은 걸 보니 안심이 됩니다.

아까는 잠결에 혀가 삐져나온 줄도 모르고 그 자세로 잠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언제 메롱 고양이 표정을 지었냐는 듯

근엄한 표정으로 저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낮잠을 훼방놓는 방해꾼을 일일이 상대하다가는 황금같은 낮잠 시간을 다 빼앗길까봐, 길고양이는 

저를 못본 척 그 자세로 다시 잠이 듭니다. 일본의 오래된 주택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즈넉한 마당에

화분들로 꾸민 소박한 정원은 고양이에게도 평안을 주는 모양입니다. 잠든 고양이를 지켜보는 동안

오래 걷느라 뻐근해진 다리를 쉬며 기운을 회복하고, 고양이가 제게 준 힘을 충전해 다음 여정을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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