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츠메 소세키의 대표작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고양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일본소설 중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작품이다. 메이지 시대의 건축물을 이전해 한 자리에 모아놓은 야외건축박물관 메이지무라에는 나츠메 소세키가 살던 가옥을 그대로 옮겨놓은 곳이 있다. 물론 소설 속에 등장하는 능청스런 고양이 모형도 함께.

 

메이지무라는 이누야마 시 근교의 100만 평방미터에 달하는 대지에 메이지 시대의 건물 60여 동을 통째로 옮겨다 복원해놓은 곳이다. 스웨덴의 스칸센이나 한국의 용인민속촌 같은 곳이라고 보면 될 텐데, 그 규모가 놀랍다. 보통 건축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지만, 나츠메 소세키 주택만큼은 나처럼 고양이를 좋아해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첫 장을 펴는 순간, 고양이는 거들먹거리는 투로 이 몸은 고양이로소이다(吾輩である)”라고 입을 연다. 고양이는 자기 주변의 인간 군상들을 하나하나 냉철한 눈으로 평가하는데, 그 모습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통렬해서 그저 웃어넘길 수만은 없게 된다. 서재에 들어가면 나츠메 소세키가 '고양이 녀석, 꽤 골치 아프군' 하는 표정으로 이마를 짚고 있는 게 재미있다.

 


하지만 고양이는 식빵자세로 "아니, 내가 뭘?" 하는 의뭉스런 표정만 지을 뿐. 나츠메 소세키 가옥에서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 한쪽 귀끝이 꽤 많이 닳았다.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가면 다다미가 깔린 가옥 내부를 구경할 수 있는데, 재미있는 건 나츠메 소세키의 서재 앞을 기웃거리면 센서가 작동해서 "吾輩である"로 시작하는 대사가 죽 흘러나온다는 것. 좀 능글맞은 느낌의 아저씨 목소리인데 뜻밖의 선물처럼 느껴져 나도 모르게 웃게 된다.

 

서재에서 정원을 바라보는 고양이의 뒷모습이 고즈넉하다. 고양이는 살아가는 동안 내내 호기심 발동만사 귀찮음의 상태를 오간다. 그런 점에 있어서는 나도 고양이와 많이 닮았다. 어지간하면 고양이처럼 집에서 뒹굴뒹굴하기를 좋아하지만, 한번 호기심이 발동하면 가만히 머물러 있지 못한다. 특히 고양이와 관련된 장소를 찾아가는 거라면 더욱 그렇다.

 


서재에는 이 가옥에서 시간차를 두고 각각 살았던 메이지 시대의 문호 모리 오가이(森鷗外), 나츠메 소세키의 사진이 걸려 있다.

 


거실에서 바라본 실내 모습. 멀리 모리 오가이의 모습이 보인다. 1887건축된 나츠메 소세키 가옥은
1963년 해체해 이듬해 메이지무라로 옮겨서 다시 지금 자리에 옮겨 지은 것이다. 크기는 129.5제곱미터(39.2). 아이들 방, 침실, 거실, 부엌, 서재 등을 갖추고 있다.

 

이 부엌에서 주인공인 고양이가 하녀를 골려먹을 생각으로 음식을 슬쩍해갔으리라. 

 

메이지무라는 여느 관광지와 달리 번잡하지 않아 고즈넉하게 산책하는 맛이 있다. 부지가 워낙 넓어 걸어서 다 돌아보면 금세 지치기 때문에 관내 버스까지 운행된다. 버스 이용료는 1일 자유권 500엔이지만, 한여름에는 충분히 그 금액만큼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

메이지무라 한국어 홈페이지도 운영되고 있으니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이 참고하면 좋겠다.

[알림] 홍대앞 카페꼼마1호점에서 5월 6일(화)까지 길고양이 사진전 연장전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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