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로 유명한 아이치 현 세토 시에는 '가마가키 오솔길'이라는 정감 어린 골목길이 있다. 흔히 돌이나 시멘트 황토 등으로 벽을 마감하지만, 이곳은 도자기로 장식해 이채롭다. 세토 시 관광포스터에 실린 이 사진이 바로 가마가키 오솔길이다. 한데 이 사진에서 내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들었던 건 한가롭게 앞발을 그루밍하던 삼색 고양이의 모습. 물론 저건 모델 고양이일 테고, 실제 길고양이라 해도 내가 간 그 시점에 고양이가 있으리란 법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고양이를 만나면 좋고, 만나지 못하더라도 골목길 산책이나 하자는 마음으로 세토 시로 향했다.

 


마네키네코 축제가 끝난 다음날 오전이라 그런지 세토 시내는 한적했다. 축제를 즐기러 일본 전역에서 모여든 고양이 마니아들이 빠져나간 다음 날이라 그런지 더 한산해 보인다. 그 한산함을 타 골목길에 넙죽 엎드린 고양이가 있었다. 척 봐도 제법 나이가 들어 보이는 얼굴에 행동도 나무늘보처럼 굼떴다. 골목길이기는 하지만 차도 지나다니는 길이라, 괜찮으려나 싶어 잠시 발을 멈췄다.

 

"여기서 자지 말고 일어나야지, 녀석아." 영업 준비를 하던 가게에서 나온 할아버지가 고양이 엉덩이를 툭툭 건드리며 일으켜보려고 하지만. 녀석은 도로에서 한가로움을 즐길 생각인지 도무지 일어날 생각이 없었다. 그런 고양이의 고집스런 행동을 지켜보는 가게 아주머니는 그 상황이 웃긴지 팔짱 끼고 서서 한참을 웃고만 있다. 할아버지의 걱정이 이길까, 늙은 고양이의 고집이 이길까, 추이를 지켜보는 건지도 모른다.

 

고양이가 "에잉, 귀찮아" 하면서 결국 스르르 일어나 가게 쪽으로 온다. 할아버지의 걱정대로 대로변에 있지 않을 테니 그만 좀 귀찮게 하라며. 그런 고양이를 보며 아주머니도 씨익 웃어준다. 아침 일찍 만난 고양이는 어쩐지 행운의 상징 같아서, 늙은 고양이가 가게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이 반갑게 느껴진다.

 

 "그래, 거기 있기로 한 게야?" 할아버지도 옆구리에 두 손을 올리고 한 시름 놓았다는 듯 녀석을 바라본다.

 

늙은 고양이는 새로 옮긴 자리가 그럭저럭 마음에 드는지, 역시 나무늘보처럼 느린 움직임으로 천천히 자리를 잡는다.

 

가게 앞에서 햇빛바라기를 하며 기운을 차리고 나면 또 어느 골목으로 마실 나가야겠지. 그게 고양이의 하루 일과이니까. 남겨진 날이 언제까지일지는 알 수 없지만, 눈 감는 날까지 늙은 고양이의 삶은 그렇게 이어질 테니까.  

 

늙은 고양이와 헤어져서 가마가키 오솔길 쪽으로 향한다. 길을 잘못 든 게 아닐까 싶을 만큼 한참을 주택가 쪽으로 걸어간 다음에야 이 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실제로 가본 가마가키 오솔길은 정말 작고 짧은 길이었다. 그나마 비슷한 각도에서 찍은 것이 이 사진인데 사진상으로는 제법 길이 길어보인다. 실제로 보면 여기가 비탈길이라, 길이 시작되는 쪽은 담의 높이가 낮고, 길 아래쪽으로 내려올수록 담이 높아지기 때문에 착시 효과로 길어보이는 것뿐. 정작 목적지였던 가마가키 오솔길에서는 고양이는커녕 강아지도 만나지 못했지만, 여기까지 온 덕분에 늙은 고양이와 사람들의 교감을 볼 수 있었으니 아쉬울 건 없다. 이날의 만남을 반가운 마음으로 기록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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