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츠메 소세키 가옥이 있는 메이지무라에서 다시 이누야마성으로 가는 길, 발걸음을 멈춰서게 만드는 길고양이를 틈틈이 만날 수 있었다. 긴팔옷을 입었다가 소매를 동동 걷어붙여야 할 만큼 아직 더운 한낮, 고양이들은 더위를 견디려는지 저마다 마음에 드는 자리를 찾아 앉는다. 고등어무늬 녀석은 자동차 위로, 은회색 고양이는 창고 시설물 위로 뛰어올랐고, 검은 고양이는 폐냉장고 위에 올라앉아 있다.

 

고양이들 앉은 자리를 보면 공통점이 있다. 하나같이 금속재질이라는 점. 식빵자세로 앞발을 감추고 앉아 눈만 동그랗게 뜨고 나를 주시하는 올블랙 고양이의 침대도 마찬가지다. 어둠 속에 켜둔 두 개의 촛불처럼, 금빛 눈동자만 반짝반짝 빛내며 나를 관찰한다. 보통은 사람이 고양이를 관찰한다고 생각하지만, 고양이도 이렇게 사람을 구경한다. 

 

햇빛에 달궈지면 오히려 뜨끈뜨끈할 것 같은데 녀석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 얼굴이다. 그냥 원래부터 제 깔개였다는 얼굴로 한가롭게 누워 있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언제까지 저기 있으려나 궁금하기도 해서 가까이 다가가본다.

 

셋 중에 가장 팔자 편하게 누운 녀석은 고등어무늬다. 자동차를 침대 삼아 망중한을 즐기는 고양이의 얼굴이 그윽하다. '어허, 좋구나' 하는 표정이다. 뜨끈해서 좋아하는 걸까, 아니면 의외로 시원한 걸까. 목욕탕에 들어가는 어르신들이 "아이고 시원하다" 할 때처럼, 고양이도 그런 감정을 느끼는 걸까 싶다. 저렇게 누워있으면 온 몸이 노골노골해지고 피로가 다 풀리는 모양이다. 

 

 낯선 얼굴이 다가와도 황급히 도망가지 않고, 그저 모른 척 딴청만 부리고 있다. 괜히 성급하게 자리를 피했다가는 다른 친구들에게 명당자리를 빼앗기는 게 싫었는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니 길고양이가 자동차를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를 알겠다. 앞유리창이 비스듬한 각도로 달려 있으니, 고양이에게는 목을 기댈 수 있는 편안한 받침이 되기 때문이다. 누울 때도 꼭 머리 기댈 곳을 찾는 고양이에겐 자동차 위가 휴식용 깔개나 침대로 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 되는 셈이다. 고동색 고양이는, 길고양이를 관찰하면서 상상에 빠져 있는 나를 무시하고 다시 단잠에 빠진다. 여전히 자동차를 자기만의 침대로 활용하면서.

 

고양이 여행을 떠난 길에서 만나는 고양이들의 모습은 하나하나 다르지만 공통점 또한 여전히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장소에 대한 애착이라든가, 마음이 편안할 때 자기도 모르게 취하는 몸짓 같은 것이 그렇다. 한국의 길고양이들과 다른 모습을 발견할 때면 호기심과 놀라움으로 관찰하게 되고, 같은 모습을 보여줄 때면 내가 아는 고양이들의 얼굴이 떠올라 웃게 된다. 혼자 떠나는 고양이 여행에서도 늘 누군가와 함께하는 여행처럼 느껴지는 건, 여행길을 고단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이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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