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소도시 이누야마의 길고양이가 종종걸음으로 영역 순찰에 나선다. 나도 이누야마 성을 돌아보고 내려오던 길에 딱히 다음 일정이 없었던지라 길고양이를 따라가본다. 인기척을 느낀 고양이가 이쪽을 힐끗 보더니 걸음이 빨라진다. 그렇다고 황급히 뛰어 달아나는 건 아니고 속도만 좀 높이는 정도로. 자기를 위협하는 것도 아닌데 미리부터 힘을 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길고양이가 걸어가는 모습을 가만히 보면, 벽을 따라 길가에 바짝 붙어서 걷는 녀석들이 대부분이다. 가다가 간혹 이렇게 벽이 사라져버려서 당혹스러운 경우도 있지만... 자동차가 드나드는 주차공간이라 어쩔 수 없는데, 고양이도 잠시 멈춰서서 계속 직진할지, 주차장 안쪽으로 몸을 숨기며 갈지 고민하는 듯하다. 

 주차장을 지나 차가 다니는 길로 접어든다. 고양이가 선택한 길은 역시 벽이 있는 쪽이다. 자동차가 지나가는 쪽으로 10분쯤 직진하면 이누야마 성. 사진에서도 멀리 성의 지붕이 보일 만큼 가까운 거리다. 하지만 문화유적에는 별 관심 없는 길고양이는 벽을 따라 걷는다. 고양이가 벽에 바짝 붙어 걷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일단 자동차가 갑작스레 달려들 우려가 없고, 벽 속에서 적이 갑자기 튀어나올 일은 없으므로 전방, 후방, 그리고 벽의 반대쪽만 경계하면 되기 때문이다.. 

 

 벽이 있는 길은 인도 쪽이라 가끔 사람이 지나가지만, 고양이는 거리를 두고 조심조심 제 갈 길을 간다. 

 

 

 
벽이 있는 쪽은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 옆쪽만 힐끔힐끔 보며 걷는다. 길고양이 옆에서 따라가다가, 나도 고양이를 조금 앞질러가서 담이 끝나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고양이가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모습을 고양이 눈높이에서 찍어볼 요량으로, 그러려면 고양이 옆에서 보조를 맞춰 잰걸음을 치면서 사진을 찍는 걸로는 원하는 구도가 나오지 않는다. 고양이의 이동경로를 예상해서 먼저 그 지점에 도착한 다음, 팔꿈치를 땅에 대고 거의 엎드리다시피 몸을 낮춰야 하는데, 내가 안정적인 자세를 잡을 때까지 고양이가 기다려줄 리 없다.

 

고양이는 '이건 뭐냐' 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과감하게 정면돌파를 해 버린다. 내가 서둘러 자세를 고치며 일어나는 동안 녀석은 홀가분한 얼굴로 멀리 달아나버렸다. 고양이가 식빵자세를 취했다가 다리를 펴고 다시 일어날 때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사람도 땅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일어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내가 자세를 잡고 엎드릴 때를, 귀찮은 미행자를 떼어버릴 절호의 기회로 삼는 것이다. 아무래도 오늘의 길고양이 미행은 여기까지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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