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문 열어달라는 스밀라를 데리고 햇살바라기 하러 간다. 어린이집에서 쓰다 버린 조그만 나무의자가 귀여워서 분리수거일 때 주워다가 베란다에 보관해 둔 것이 꽤 오래 전 일인데, 그 의자가 어느새 스밀라의 전용석이 되었다. 타일 맨바닥에 그냥 앉으면 아직까지는 엉덩이가 시리기도 하고, 베란다 턱 때문에 창밖 풍경이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 전망대 높이를 약간 높여주고 싶었는데 어린이집 의자 높이면 딱 알맞다.

 

한 달 전쯤 비오던 날 비슷한 각도에서 사진 찍었을 때는 아직까지 나뭇가지가 앙상했는데, 어느새 꽃이 지고 새 잎이 풍성하게 돋아 여름 분위기가 난다. 스밀라도 그윽한 얼굴이 되어 바깥 풍경을 내려다보고 있다. 복슬복슬 따뜻하고 부드러운 봄고양이 스밀라. 

그렇게 창밖을 보다가도 등 뒤에서 인기척이 나면 "응?" 하고 고개를 휙 돌리며 딴청을 부리기도 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 중 하나는, 창밖을 구경하는 스밀라의 옆얼굴을 곁에서 보고 있을 때다. 어린아이 얼굴 같은 앞짱구 이마에,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한 표정이 참 좋아서. 열 살이 다 되어가지만 고양이의 미모는 빛바래는 일이 없구나. 오히려 농익은 모습을 보여줄 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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