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도의 항구마을 유촌리에는 길고양이가 여러 마리 살고 있다. 아침나절 해변으로 먹이를 구하러 나오는 녀석들이 종종 눈에 띈다. 작년 여름 인근 마을로 취재를 갔다가 시간이 남아, 오래간만에 동도 길고양이들의 안부를 확인하고 돌아올 수 있었다. 2009년 봄 이곳 길고양이의 생태 답사 차 방문했을 때 본 녀석들의 얼굴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새로운 고양이들이 대부분이지만, 길고양이들의 생애주기가 있으니 세대교체는 어쩔 수 없는 일이겠구나 싶다.

 

그날따라 아무도 놀아주지 않아서 심심했던지 흰둥이 한 녀석이 마음을 굳게 먹고 삼색이 곁으로 슬금슬금 다가간다. 

잠시 뒤돌아서서 '오늘은 저 누나의 마음을 사로잡아 봐야지' 하고 진지하게 다짐하면서.

 

보통 개가 가까이 오면 길고양이는 도망가기 일쑤이지만 삼색이는 원래 담대한 여장부인지, 아니면 아직 풋개에 지나지 않는 흰둥이가 무서워보이지 않았는지 "어, 왔니?" 하는 듯한 표정으로 앉은 자리에서 꼼짝도 않고 있다. 
 

실눈을 뜨고 귀를 뒤로 젖혀 "근데 누나가 좀 귀찮구나.." 하는 듯한 삼색이. 흰둥이는 좀 더 다가가고 싶었던 모양이지만, 불과 30cm 앞에서 망부석처럼 몸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그렇다고 둘의 관계가 적대적인 건 아니었다. 다만 고양이에게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고, 지금이 바로 그 시간일 뿐이다.

"난 그냥 친해지고 싶어서 간 건데..."

삼색이의 눈을 마주보지 못하고 고개 돌리는 흰둥이의 표정이 애처롭다. 녀석 표정이 울 것 같아서, 그냥 네가 때를 좀 잘못 잡은 거라고, 삼색이가 놀아줄 마음이 생겼을 때 다시 도전하면 될 거라고 응원을 보내본다.
 

삼색이는 흰둥이가 얼쩡거리는 것이 좀 신경쓰였던지 "에잉, 귀찮구나" 하며 해변으로 폴짝 몸을 던져 내려가버린다. 

그런 삼색이의 꽁무니를 차마 따라가진 못하고, 길 위에 서서 멀어져가는 모습을 바라보기만 하는 흰둥이.

삼색이에게 들키면 또 째릿 하고 눈총을 받을까봐 멀찍이 뒤에서만 지켜본다. 만약 흰둥이가 고양이였다면 삼색이를 짝사랑하는 걸로 오해할 만큼. 누가 뭐래도 '삼색바라기' 일편단심인 흰둥이다.

 

흰둥이를 떨쳐내고 혼자가 된 삼색이는 아침을 먹는다. 바닷가에 밀려온 갯것들이나, 사람들이 버린 음식물을 주워먹으며 허기를 채우는 것이다. 메뉴는 좀 부실하지만 그중에 입맛에 맞는 것을 골라 먹을 수 있고, 그나마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조식뷔페장 같은 곳이기에 고양이는 이곳으로 모여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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