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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이 드문 해안도로 쪽에서는 고양이를 만나기 힘들지만, 민가와 가까운 가파도의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길고양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녀석들이 자주 나타나는 곳은 항구와 가까운 민박 근처와 하동마을 쪽. 도시의 길고양이나 섬고양이나 사는 곳은 달라도 행동양식은 비슷해서, 사람을 보면 경계하고 일단 안전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달아난다. 성급히 달려가면서도 꼭 한번쯤은 뒤를 돌아보곤 해서 달아나는 속도가 조금씩 늦춰지지만, 그래야만 안심되는 것이 또 고양이 마음인지라 그 절차를 건너뛸 수는 없다. 


가파도 어디를 가더라도 돌담을 볼 수 있어서, 고양이들도 자연스레 돌담 사이로 혹은 돌담 곁으로 몸을 붙여 달아난다.

 

돌담 뒤에 숨어서 동네 주민들의 모습을 훔쳐보던 또 다른 길고양이는 내게 딱 들키자 깜짝 놀라 달아난다. 민박집 아주머니 말씀으로는 "우리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는 아닌데, 민박에 묵는 손님들이 먹을 것을 주곤 해서 이 근처에 머물고 있는 모양"이라고. 사람 곁에 있으면 어디선가 먹을 것이 나온다는 걸 알고 있어서 민박집 마당에 더부살이를 하고 있지만, 낯선 사람을 제법 볼 텐데도 녀석은 조심스럽다. 얼굴에 크고 작은 흉터가 있고 의기소침한 걸 보면 높은 서열은 아니고 뒷 서열로 밀려난 고양이인 듯. 그래서 더 겁이 많은 건지도 모르겠다.

 

길고양이를 발견하고 얼른 몸을 낮춰 사진을 찍는 동안 어머니가 뒤에서 찍어주신 사진. 이 사진은 언제 또 찍으셨는지^^; 겁이 많은 길고양이를 찍을 때는 일단 멀리서 한 장 찍어두고, 조금씩 거리를 좁혀간다. 

녀석 역시 달아나다가 뒤를 슬며시 돌아본다.

 

가파도에서 가장 잘생긴 눈빛을 가졌던 코팩 고양이. 실눈 고양이와 함께 민박집 뜰에서 놀고 있던 녀석인데, 실눈 고양이가 달아나자 자기도 덩달아 달아난다. 이 녀석도 역시 달아나다가 한번 더 내 쪽을 돌아봐준다. 덕분에 녀석의 얼굴을 정면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길고양이들이 뒤돌아보며 안전을 확인하는 순간이, 내게는 녀석들의 증명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이 된다.

 

고양이가 달아나는 돌담길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을 산책이 된다. 딱히 목표를 정하지 않고 걷는 여행에서는 자꾸만 나를 돌아보며 길잡이 노릇을 하는 길고양이를 따라가보는 것도 괜찮다.

고양이를 만날까 싶어 마을을 산책하다보면 가끔 생각지못한 아름다운 풍경이 눈앞에 나타난다. 여기는 점심 먹으러 들렀던 용궁식당 앞 정원인데 마당이 온통 꽃밭이었다. 8천원짜리 용궁정식을 시키면 알찬 식사를 할 수 있다고 해서 들렀지만 단체손님이 온 바람에 재료가 다 떨어져 아쉽게도 먹지 못했다. 그래도 꽃밭 구경에 배가 불렀으니. 지방 여행을 자주 다니지만, 제주도만큼 자기 집 앞이나 가게 앞뜰을 아기자기하게 꾸미는 지역도 드문 것 같다.

 

무엇보다도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수국이 흐드러지게 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 좋았다^^ 종달리 해안도로 수국길은 아직 수국이 만개하지 않아 아쉬웠는데, 같은 제주라도 동부 지역과 남부 지역은 그렇게 기후 차이가 나는가 보다.

 

6/26(수) 오후 7시, 홍대 살롱드팩토리에서 만나요^^

->6/23까지 신청 가능(배너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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