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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눈은 예리해서, 멀리서 움직이는 아주 작은 곤충도 금방 포착하고 달려가 잡아내곤 한다. 살구밭을 거닐다 문득 발을 멈춘 고양이도, 저만치서 팔락이는 뭔가에 눈이 꽂혔는지 금세 사냥모드로 자세를 바꾼다. 고양이 시선을 따라 나도 걸음을 멈추고 몸을 낮춰 앞으로 일어날 일을 가만히 지켜보기로 했다. 

 

고양이가 포착한 것은 작은 나비 한 마리였다. 앞발 후려치기로 나비를 실신시켜 땅바닥에 떨어뜨리고는 앞발로 조심스럽게 꾸욱 눌러본다. 보통 고양이가 사뿐사뿐 날아다닐 듯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나비'라는 별명으로 종종 부르는데, 이러면 나비가 나비를 잡은 셈이 되려나.

 

고양이는 나비를 덥석 입에 문 채로 머리를 휙휙 흔든다. 그러고보니 집고양이가 파리를 잡는 모습은 본 적 있어도, 나비를 사냥하는 모습은 볼 기회가 드물었던 것 같다. 나비는 날카로운 고양이 이빨에 물렸지만 그래도 어쩌면 달아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는지 양파껍질처럼 얄팍한 날개를 파닥거린다. 하지만 고양이는 이미 나비 몸통까지 단단히 입에 물고 있어서 쉽게 풀어주지 않을 기세다. 나풀나풀 날아다니는 나비를 잡으러 쫓아다니는 고양이는 사람 눈에는 귀엽지만, 나비 입장에서는 두려운 포식자다. 

 

한데 힘들게 사냥은 했지만 막상 나비를 입에 문 고양이 표정은 시원찮다. '이게 뭔 맛이람...' 하는 듯한 표정.

 

고양이가 곤충을 사냥할 때는 배를 채우기 위해서라기보다 움직이는 것들을 향한 반사작용인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 간혹 먹기는 하지만 맛있어서 먹는다기보다 그저 궁금해서 한번 맛을 보는 정도의 느낌이랄까. 한쪽 날개가 너덜너덜해진 나비는 고양이 앞발 위로 툭 떨어져버렸다.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곤충에게는 마음이 끌리지 않을 고양이도 금방 싫증을 내고 나비를 잊어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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