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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일본

데시마에서 본 길고양이 천국

by 야옹서가 2013.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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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고양이 여행을 시작한 뒤로 고양이와 예술작품이 어우러진 곳을 주로 찾아다니게 된다. 길고양이란 늘 같은 곳에 있어주는 녀석들이 아니기에, 혹시라도
고양이를 만나지 못했을 때의 헛헛한 마음을 채워줄 다른 목적지도 알아보고 가는 것이다. 길고양이가 출몰하는 빈도가 높으면서, 독특한 예술작품도 만날 수 있는 곳을 찾다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마을재생 예술프로젝트가 이뤄지는 장소라는 것. 한국에서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그래서 나의 여행은 고양이 여행이면서 때때로 현대미술을 찾아가는 여행이 된다. 공공예술작품이나 벽화미술로 유명해진 곳을 찾아가기도 하고, 마을재생의 일환으로 빈집을 되살려 예술공간으로 변신시킨 지역을 찾아갈 때도 있으므로. 제2회 세토우치국제예술제가 열리는 일본의 섬 지역을 돌아보는 여행도, 그렇게 고양이와 미술작품을 찾아가는 일정으로 채워졌다. 3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예술제는 봄/여름/가을 시즌으로 나눠 열리는데, 내가 찾아갔던 6월은 아직 여름 시즌이 시작되지 않아 비교적 한산했다. 가급적 올 8월에는 다시 한번 세토우치국제예술제가 열리는 섬들을 찾아가 못다 돌아본 장소들을 마저 돌아볼 예정이다.

 

 

세토우치국제예술제가 개최되는 섬 중에 가장 유명한 곳은 나오시마이지만, 데시마미술관이 있는 데시마 역시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평소에는 외부인의 왕래가 적은 섬 지역이지만, 세계적인 미술가들의 작품이 설치되면서 멀리서도 많은 관람객들이 찾아오고 있다고 한다.  데시마미술관에서 볼탕스키의 '심장소리 아카이브'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길이 참 고즈넉하면서도 예쁘다. 길고양이를 만나서 더 반갑기도 했고.

 

 

'행운의 상징'으로 불리는 삼색고양이가 한가롭게 누워있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처음에는 가만히 있다가, 내가 조심조심 다가가니 녀석도 슬금슬금 일어난다. 하지만 잰걸음으로 달아나지는 않고 '이것 좀 귀찮게 됐군' 하는 표정으로 자리를 옮긴다.

 

 

녀석만 있는 줄 알았는데,  녀석을 뒤따라 가보니 길고양이 천국이 펼쳐져 있었다. 역시 밥 주는 분이 따로 있기 때문에 이런 풍경이 가능한 것이다. 일본 사람들이 고양이를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싫어하는 사람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녀석들은 이곳에서만큼은 겁먹지 않고 평화롭다.
 

모여서 밥 먹는 녀석들이 있는가 하면, 여유롭게 발톱손질을 하는 녀석까지...곳곳에 은신처가 있어 길고양이가 마음 놓고 편히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초여름 날씨는 무척 더웠지만, 녀석들을 만난 기쁨에 더위도 잊고 한참을 땅바닥에 앉아 눈인사를 건넸다.

 

다정한 집 주인을 매일 마주 대하며 사람에게 익숙한 녀석들은 쉽게 달아나지 않는다. 아까부터 뭔가 바라는 듯한 얼굴로 나를 빤히 보고 있던 노랑둥이에게 맛난 것을 주고 싶어서, 한국에서 가져온 사료봉지를 열었다. 매일 먹는 밥이 있지만, 그래도 새롭게 먹는 사료는 또 다른 맛이 있을 테니까.

널찍한 돌을 식탁 삼아 사료를 부어주었더니 오독오독 맛있는 소리를 내며 맛본다. 마음 같아서는 녀석들을 지켜보며 하루 종일 보내고 싶지만, 배 시간이 빠듯해서 지체할 수 없는지라 다시 발걸음을 재촉한다. 항구로 가는 마지막 셔틀버스를 타야만 숙소가 있는 다카마츠로 돌아갈 수 있으니.


셔틀버스 정류소를 찾다가, 고양이와 함께 그늘에서 쉬고 있는 어르신이 계셔서 반가운 마음으로 다가가본다. 정류소가 어디 있는지 여쭈어보는 김에 고양이 이름도 여쭤보니 "후타"라고. 예술제 덕분에 여행객이 늘어나면서 섬의 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활기가 생기면서 주민분들도 낯선 여행객에 대한 경계심이 별로 없고 친절한 편이었다. 혹시 불편하게 여기실까봐 "사진을 찍어도 괜찮느냐"고 여쭤보고 나서 사진을 찍었다. 집고양이 후타가 갑작스레 모델 노릇을 하는 상황이 재미있는지 아주머니가 함박웃음을 짓는다. 8월에 다시 데시마를 찾는다면, 아주머니와 후타를 다시 만나 인사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내 마음에 쏙 들었던 이 사진을 선물하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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