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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에서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낸 까닭에, 흰여울길을 걷다 보면 제겐 익숙한 고향 냄새가 느껴집니다.

 

'고향' 이라는 단어를 발음할 때면 정 많은 어르신이 계신 푸근한 시골 풍경을 떠올리는 분도 있겠지만,

 

제게 고향은 바닷길을 바로 곁에 두고 타박타박 걸어가는 섬 고양이들이 살고 있는 영도의 이미지입니다.

 

 

부산은 대한민국 제2의 도시로 손꼽힐 만큼 번화한 도시이기도 하지만, 영도 흰여울길에는 

 

여전히 제 기억 속의 옛 동네가 남아 있기에 부산을 들를 때마다 즐겨 찾게 된답니다.

 

이날은 흰여울길에 들르면 꼭 찾아가보곤 하는 파란 골목 고양이길에서 고양이 가족을 만날 수 없어

 

아쉬운 마음으로 바다를 향해 난 길을 따라 하염없이 걸었습니다.

 

더위를 피해 담벼락을 따라 걷고 있던 삼색 고양이도 만날 수 있었지요. 흰여울길 담장길을 바라보면,

 

분명 바다보다 높은 지대에 있는데도 묘하게 눈앞의 푸른 바다가 넘실넘실 어깨춤을 추며 

 

담장 너머로 물을 끼얹을 것만 같습니다. 고양이는 뜨거운 햇살과 마주할 엄두가 도무지 나지 않는지

 

줄곧 담벼락에 바짝 붙어 걸어갑니다. 저도 그런 고양이를 짐짓 모른척 뒤따라 갑니다.

 

흰여울길 담장은 빨래건조대도 되고, 화단도 되었다가, 골목 사람들의 베란다도 되어줍니다.

물론 키 작은 길고양이에게는 시원한 그늘막이 되어주고요. 어쩌면 담벼락 반대쪽 그늘에서 나오는

 

아주 희미한 시원함이, 흰여울길 고양이에겐 피서의 한 방법으로 쓰이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이유없이 자기를 따라오는 사람이 궁금한지 흘끔흘끔 뒤를 돌아보는 삼색 고양이는 좁은 골목 사이로

 

타박타박 작은 발걸음을 옮겨 사라집니다. 그렇게 그 골목의 그늘 속에서 하루를 버틸 힘을 얻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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