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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월부터 다시 회사에 나가기 시작했다. 주말이나 휴가 때 짬짬이 고양이 여행을 떠나는 걸 제외하면 직장에 매인 몸이라 평일에는 다른 지역의 길고양이를 만나러 가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길고양이와의 만남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 점심 먹고 남는 짬을 활용해 고양이 산책을 나선다. 회사 뒤편 안쪽 길로 10분 정도 걸어가면 오래된 주택가 골목이 나온다. 이 일대에 살고 있는 고양이들을 만나러 가는 나만의 짧은 여행이다.

 

처음 골목을 다니기 시작할 때는 한 마리도 만나지 못한 채 허탕치고 돌아가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한 보름쯤 골목을 누비고 다녔더니 숨은 길고양이가 한두 마리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골목 안쪽에서 처음 고양이를 발견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고양이 한 마리가 사는 곳 근처에는 반드시 또 다른 고양이도 있기 마련이므로.

 

전봇대 뒤나 계단 후미진 곳에 조심스럽게 숨겨둔 길고양이 밥그릇을 발견할 때면 더더욱 반가웠다. 저 밥그릇은 근처에 길고양이를 보살피는 사람이 살고 있다는 암호이고, 이 동네 어딘가에 몸을 의탁한 고양이들이 조금은 덜 고단한 삶을 살고 있다는 증거니까. 그렇게 내 눈에 들어온 길고양이 출몰 지역을 길고양이 골목으로 부른다.

특히 마음 가는 길고양이 골목 중에 고양이 계단이라 부르는 장소가 있다. 한쪽 귀 끝에 TNR 표식이 있는 노랑둥이 두 마리가 주로 활보하는 장소다. 이중 한 녀석은 꼬리가 지팡이 모양으로 꺾여 있어서 꺽꼬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붙임성이 얼마나 대단한지 지금껏 만난 길고양이들 중 열손가락 안에 들 정도다.

 

계단 끝에 서서 꺽꼬가 놀고 있는 계단 위를 올려다보면, 녀석은 사람을 어찌나 좋아하는지 냐앙 울면서 허둥지둥 계단을 뛰어내려온다. 그러고는 계단 기둥에 머리를 부비며 반가움을 표현하다가 슬금슬금 다가와 내 발치에 엉덩이를 척 갖다 댄다. ‘아니, 이 녀석이 날 언제부터 봤다고싶어 한편으로는 당혹스럽다가도 이 동네에서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기에 사람만 보면 달려올까하는 생각에 찡해진다. 녀석은 남자사람과 눈이 마주나면 슬금슬금 자리를 피했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붙임성만큼은 어디 가지 않는지 금세 다시 몸을 드러내곤 했다.

 

꺽꼬의 환대를 받으며 고양이 계단에 오래 머무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럴 수가 없다. 점심을 최대한 빨리 먹고 사무실을 나왔을 때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휴식시간은 길어야 40. 회사와 길고양이 골목이 있는 주택가를 빠르게 걸어 오가는 데 왕복 30분 정도 걸리니, 막상 길고양이를 만나도 내가 쓸 수 있는 시간은 고작 10분에 불과하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턱없이 짧을 10분의 위로 덕분에 고단한 하루를 견딜 힘을 얻는다. 오히려 짧은 시간 어렵게 만났다 헤어지기에 그 만남이 더 소중하고 행복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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