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눈고양이 스밀라

등반가 스밀라

by 야옹서가 2006. 8. 24.
3단 책꽂이는 확실히 6단 책꽂이보다 공간 효율 면에서 좋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단 책꽂이를 아래위로 쌓지 않고, 나란히 놓기를 잘했다고 느낄 때가 있다. 스밀라가 책꽂이를 캣타워 대용으로 유용하게 쓸 때다. 3단 책꽂이 정도의 높이라면 도움닫기 없이도 훌쩍 뛰어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스밀라가 방바닥에서 용수철처럼 가볍게 뛰어올라, 헌책으로 만든 계단을 발로 한번 찍고, 7단 서랍장을 거쳐, 마지막으로 6단 책꽂이 맨 꼭대기에 쌓아둔 잡동사니의 정상에 오르기까지는 불과 2초도 걸리지 않는다.  그렇게 휙휙 뛰어오를 때 스밀라의 모습은 2.9kg짜리 고양이라기보다는, 29g짜리 깃털 공 같다. 

슈바이처 박사가 이렇게 말했다던가. "비참한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은 고양이와 음악"이라고.  전날 밤을 새고 뇌가 녹아내릴 것 같은 아침에, 산고양이처럼 기운 넘치는 스밀라의 등산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한결 가벼워진다. 스밀라를 따라 뛰어다니진 못하지만, 마음만은 스밀라와 함께 책으로 만든 캣타워를 오르내린다. 휙휙, 휙휙.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