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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사 | 칼럼/한겨레 ESC칼럼

접대 고양이를 아십니까

by 야옹서가 2007.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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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고양이와 함께 살고 싶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할 때 사람들은 대리만족을 꿈꾼다. 고양이 동호회 게시판을 기웃거리고, 애묘가의 블로그를 즐겨찾기하고, 오프라인 고양이 카페를 찾아 아쉬움을 달랜다. 애묘 문화가 발달한 일본에서는 이런 사람들의 꿈을 잠시나마 이뤄주는 ‘고양이 테마파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도쿄의 신흥 쇼핑지구 오다이바에 위치한 ‘네코타마 캐츠리빙’도 그중 하나다.

‘고양이 100마리와 놀 수 있는 테마파크’란 말에 솔깃해져서 이곳을 찾았을 때, 실제로 눈에 띈 것은 열댓 마리 남짓한 고양이뿐이었다. 그럼 나머지 고양이는 어디에? 한쪽 벽 구석에 붙은 ‘접대묘’ 명단 속에만 있다. ‘미녀 100명 상시 대기’ 따위의 유흥주점 전단지를 보았을 때와 같은 황당함이랄까.

규모 면에서 아쉽기는 하지만 거실, 부엌, 파우더룸, 욕실, 세탁실, 서재, 컴퓨터실 등 생활공간을 모방해 꾸민 실내 풍경은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흥미로운 건 테마파크라기엔 턱없이 작고 입장료도 800엔으로 만만치 않은데도 찾아오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건 아마 이곳이 ‘고양이와 함께 사는 일상 체험’을 꿈꾸는 사람들의 마음을 예리하게 짚어내서가 아닐까.

한국에서도 고양이와 놀 수 있는 카페가 있지만, 일본의 고양이 테마파크는 거기서 좀 더 나아가 애묘가가 꿈꾸는 환상을 현실로 구현하려 한다. 고양이를 안고 소파에 기대 쉴 수 있는 거실, 고양이가 책꽂이 빈칸을 비집고 들어가 잠든 서재, 빵바구니에 몸을 숨긴 고양이가 있는 부엌….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평범하게 받아들일 일상 풍경을 판타지로 살짝 포장해 상품으로 내놓은 이곳은 ‘고양이와 함께 사는 행복한 나의 집’의 시뮐라크르인 셈이다.

비록 규모가 작긴 했어도 고양이와 장난치며 사진 찍는 사람들은 즐거워 보였다. 그런데 그 속에서 오래 머물며 사람들과 고양이를 번갈아 관찰하고 있자니, 슬며시 마음이 불편해졌다. 고양이들의 얼굴이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아서다. 누구와도 친밀한 관계를 맺지 못하고 하루 종일 낯선 손길에 시달리고, 좁은 유리 진열장 속에 온종일 갇혀 밝은 조명을 견뎌야 할 고양이들이 행복할 리 없다. 구석에 몸을 동그랗게 말고 누운 고양이가 나를 빤히 바라보며 “산다는 게 참 피곤해, 그렇잖아?” 하고 접대묘 생활의 고단함을 하소연하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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