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로 4박5일 휴가를 다녀왔다. 남들은 관광이나 쇼핑하러 일본에 간다지만, 나는 일본 길고양이도 만나고, 고양이와 관련된 유적지나 테마파크도 보고 싶었다. 이번 휴가의 목표는 ‘도쿄 고양이 여행’이었던 셈이다. 항공권과 숙소를 예약하고, 여행 자료를 검색할 때까지만 해도 설렜지만, 출발이 가까워질수록 슬슬 불안해졌다. 원고 마감에 치여 여행 준비도 거의 못했으니 …. 비행기를 탄 뒤에도 뭔가 중요한 걸 두고 온 것만 같았다.

일본 도착 첫날은 별 일이 없었다. 한데 이튿날 요코하마 프리킷푸(교통패스)를 사려고 보니 1천엔짜리는 있는데, 고액권이 한 장도 없었다. 게다가 가져간 카드마저 모조리 먹통이었다. 그걸 안 게 금요일 아침 7시였으니, 어영부영 오후가 되면 공관도 은행도 문을 닫아 여행도 제대로 못할 상황! 급히 한국대사관 영사부를 찾아 달렸다. 지난 6월부터 시행된 ‘신속 해외송금 지원제도’를 신청하면, 국내 연고자가 영사콜센터 계좌에 입금한 후 현지 공관에서 긴급자금을 요청한 여행자에게 돈을 전달해 준다. 6월부터 시행된 이 제도의 첫 번째 수혜자가 나란다. 동생은 영사관 계좌로 돈을 부치면서 “고액권이 얌전히 집에 있다”고 전해주었다.

우여곡절 끝에 여행 경비를 받아 오후부터 여행을 계속할 수 있었다. 일본 복고양이의 발상지 중 하나인 고토쿠지, 요코하마 야마시타 공원의 길고양이, 조그만 섬 에노시마에 사는 섬 고양이 …. 가는 길목마다 다양한 고양이를 만났지만, 그중에서도 야나카 긴자에서 만난 붙임성 좋은 새끼 고양이가 계속 생각난다.

재래시장인 야나카 긴자 입구에 ‘저녁놀 계단’이란 곳이 있는데, 길고양이의 집합소로 유명하다. 마침 그날도 고양이들이 놀고 있기에, 진득하니 앉아서 찍어볼까 하고 땅바닥에 엉덩이를 붙였는데 돌발 상황이 생겼다. 발라당 누워있던 새끼 고양이가 몸을 일으켜 갑자기 내게로 돌진하는 게 아닌가? 고양이는 내 허벅지에 앞다리를 척 걸치더니, 잽싸게 기어올라 책상다리 한가운데 오목한 공간으로 파고들었다. 제딴에는 거기가 요람처럼 편안해 보인 모양이다.

얼떨결에 고양이와 한몸이 되어 한동안 저녁놀 계단을 내려다보았다. 계단 아래 번잡한 인간 세상을 바라보는 녀석의 뒷모습은 무념무상, 득도한 사람처럼 평안해 보였다. 파란만장했던 도쿄 여행도, 넉살좋은 녀석 덕분에 따뜻한 추억으로 남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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