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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애견 운동장. 펜스를 친 공간 안에서 목줄을 푼 개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다. 사진 이지묘

도시에서 개가 마음 놓고 뛰어다닐 수 있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간신히 짬을 내어 개를 산책시킬라치면, 무섭다며 비명 지르는 사람, 내 개가 눈 똥도 아닌데 ‘개똥 치우라’며 면박하는 사람을 만나 마음 상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목줄 매고 사람 보폭에 맞춰 느릿느릿 걷는 개에게도 미안한 노릇. 개도, 사람도 행복하게 산책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개 세 마리와 함께 사는 이지묘씨는 문득 ‘한강시민공원에 애견 운동장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냈다.

“반려 동물을 데리고 나오는 게 죄가 되는 분위기가 화났죠. 일부 양심 없는 개 주인 때문에 개 키우는 사람들이 뭉뚱그려 욕먹는 것도 싫었고요. 가장 시급한 일이 애견 운동장이라고 생각했어요.”

생각은 곧 실천으로 이어졌다. 2006년 11월 서울시에 ‘애견운동장 제안서’를 낸 것. 하지만 서울시 쪽은 “한강 수질 오염이 우려된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지묘씨는 미국 시애틀 애니멀 쉘터(Animal shelter)의 도움을 받아, 2007년 3월 “수질 오염은 근거가 없다”는 내용을 추가한 청원서를 다시 냈다. 시애틀은 호수도시이면서도 애견 운동장을 12곳이나 운영하는 도시다.

개를 안 키우는 사람들은 “사람 놀 곳도 없는데 땅값 비싼 도시에 웬 애견 운동장?” 하고 생각할 법도 하다. 하지만 이지묘 씨는 “애견 운동장이 개만을 위한 공간이라고 여기기 쉽지만, 이는 거리나 공원에서 개와 마주치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며 말을 이었다.

“땅값 비싼 일본 도쿄에서도 애견운동장 ‘도그런’을 운영하고 있고, 미국 시애틀의 ‘오프리시 공원’(Off-Leash Park)도 벤치마킹할 만한 경우예요. 시내는 땅값이 비싸서 호숫가에 만드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서울이나 제가 사는 대전 역시 천변에 넓은 잔디밭이 있으니 충분히 가능하리라 믿어요.”

이지묘씨가 키우는 개 중 레이디와 다다는 유기견 출신이다. 키우던 개 난이를 잃어버린 뒤, 행방을 찾아 헤매다 새로 맺은 인연이다. 이지묘씨는 개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고, 반려동물 등록제가 실시되어 행복한 개들이 늘길 바란다. 다음 아고라(agora.media.daum.net)에서 ‘애견운동장’을 검색하면 온라인 청원서에 서명할 수 있다. 현재 이지묘 씨의 청원서에는 1만3천여 명이 서명했다. 다음번에는 서울시가 아닌 정부에 직접 청원해 볼 생각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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