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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근처 헌책방 북오프에 들렀다가 재미있는 일본 문고판을 발견했다. 이름하야 고양이 발바닥 책. 고양이 발바닥에는 ‘육구’라는 말랑말랑한 살이 있는데, 고양이의 종류와 나이에 따른 발바닥의 모양을 실제 사진과 함께 보여준다. 물론 고양이 발바닥이 중심을 이루기는 하지만, 발바닥의 주인인 고양이씨의 얼굴과 몸도 가끔 등장해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고양이의 육구는 한때 구멍가게에서 인기리에 판매되었던 ‘곰형 젤리’라는 과자류와 비슷하다. 밝은 색 계통의 털을 가진 고양이들에게 흔한 분홍색 발바닥은 ‘딸기 젤리’라는 애칭으로 부르고, 어두운 색 계열의 털을 지닌 고양이의 발바닥은 ‘초코 젤리’, ‘포도 젤리’ 등으로 부르는데, 애묘가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별칭이다. 나와 함께 사는 고양이 스밀라의 발바닥은 초코 젤리 쪽인데, 바야바처럼 털로 뒤덮여서 제대로 그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곰형 젤리가 뭔지 모르시는 분은 테디베어를 상상하면 된다. 물론 곰형 젤리나 테디베어나 발바닥 모양을 그냥 봐서는 안 되고, 원래 모양에서 180도 뒤집어 봐야 알아볼 수 있지만. “이게 어디 곰 모양이냐?” 하고 항의하려는 분들은 잠깐 흥분을 멈추고, 애정을 갖고 자세히 들여다보시라. 얼룩으로만 보이던 매직아이 패턴에서 어느 순간 입체 그림이 떡 하니 나타나는 순간처럼, 고양이 발바닥 부분은 곰의 몸통, 발가락 부분은 곰의 팔다리로 보일 시간이 올지니.

어쨌든 이 책을 보면서 세 번 놀랐다. 첫 번째는 마니아들에게나 먹힐 법한 고양이 발바닥이라는 주제의 책이 아무렇지도 않게 만들어진다는 점, 두 번째는 책을 접으면 엽서보다 작은 정도의 크기여서, 손바닥에 올려놓아도 공간이 남을 만큼 작다는 점, 세 번째는 그럼에도 책값이 아깝다는 느낌보다 깜찍하고 특이해서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는 점. 책값은 한국 돈으로 환산해서 6천원 정도였다.

고양이 발바닥 책을 보면서 한국 출판계에서도 틈새시장을 공략해 보면 어떨까 싶었지만, 현실을 생각하곤 쓴 입맛을 다셨다. ‘어차피 좁아터진 동물 책 시장이라, 팔리기는 힘들겠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손바닥 크기의 미니어처 북은 이문이 적고 도난 위험도 잦은데다, 서점에 진열하기도 어렵단다. 게다가 독자들은 작은 책이 왜 이리 비싸냐며 외면한다고. ‘한국판 고양이 발바닥 책’의 꿈은 이래저래 이뤄지기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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