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키우기 전에 나를 가장 두렵게 했던 건 ‘고양이털의 전설’이었다.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사람들과 만나 힘든 점을 물으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입을 모아 “고양이털이 많이 날려요” 하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까짓 고양이털이 날리면 얼마나 날리겠나 싶어 물어보면, 대답은 한결같았다. 날마다 진공청소기를 돌리고 물걸레로 바닥을 닦아도, 고양이털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고양이털은 가늘고 가벼워서, 민들레 씨처럼 공기 중에 둥둥 떠다니다가 호흡기로 빨려 들어가기도 한단다. 어렸을 때부터 기관지가 좋지 않았던 내게는 꽤 위협적으로 들리는 경고였다.

좀더 구체적인 사례를 들려주는 사람도 있었다. 한 애묘가는 매번 고양이털이 반찬 그릇에 날아와 앉는 통에, 날마다 반찬 삼아 고양이털을 먹는다고 했다. “고양이털 일일이 신경 쓰면 밥 못 먹어요.” 그 정도쯤이야 초월했다는 표정으로 그가 말했다. 또다른 누군가는 고양이털 때문에 짙은색 옷을 입기 어려울 정도라고 증언했다. 지저분해 보이지 않으려면, 외출할 때마다 고양이털 떼는 도구를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유독 짙은색 옷이 많다 보니, 그 사람의 말도 한 귀로 흘려 넘길 수 없었다.

한데 얼떨결에 스밀라를 떠맡고, 녀석이 우리 집에 눌러 살리라는 걸 직감했을 때, 스밀라의 털색깔을 유심히 다시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좌절했다. 스밀라의 등은 옅은 회색이고, 배는 눈처럼 희었다. 스밀라가 우아한 털코트를 휘날리며 동동동동 달려 거실을 가로지르면, 바닥에 가라앉았던 가늘고 하얀 털이 위로 천천히 날아올랐다. 흔들면 하얀 눈가루가 솟구쳤다 내려앉는 스노볼 같았다.

남의 집이라면 이런 상상을 하며 여유 있게 바라볼 수 있겠지만, 문제는 저 눈보라 날리는 거실이 우리 집이라는 사실. 결국 즐겨 입던 검은 옷도, 나가기 전에 고양이털을 제거할 만큼 여유 있는 날이 아니면 옷장 속에 고이 모셔두게 됐다.

그래서 내 인생은 얼마나 불편해졌을까? 귀찮기는 하지만, 스밀라 때문에 예전보다 자주 청소를 한다. 웬만하면 밝은색 옷을 입다 보니, 주변 사람들에게 “요즘 분위기가 밝아진 것 같아요!” 하는 인사도 듣는다. 고양이털 반찬만은 피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나는 깨끗해지고, 대범해지고, 밝아졌다. 게다가 고양이와 함께 사는 즐거움까지 얻지 않았나. 손익계산을 해 봐도, 그리 손해 보는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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